[여의나루] ‘뒷북치기 달인’ 국회 모처럼 절전 솔선수범
입력 2013-05-31 18:31
뭔 일이 터지기만 하면 뒤늦게 수습에 나서 ‘뒷북치기의 달인’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국회가 모처럼 절전을 솔선수범하겠다고 나섰다.
원자력 발전소가 무더기로 가동 중단돼 최악의 여름철 전력대란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국회부터 고통분담을 하겠다는 취지다.
국회사무처는 31일 냉방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회 청사 내 사무실의 온도를 28도 이상으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냉방기 가동시간도 오전과 오후 각각 1시간씩 단축하고, 국회 경관 조명은 소등하며, 승강기 3대 중 1대는 운행을 정지하기로 했다.
강창희 국회의장은 국회 본회의에 출석하는 국무위원들이 ‘노타이’ 차림으로 국회에 올 수 있도록 여야 원내대표를 통해 정부에 요청키로 했다. 그동안 일부 국회의원은 국무위원들이 국회에 오는 것은 ‘국민 앞에 예를 갖춰 보고하는 자리’라면서 정부 차원의 노타이 정책에도 불구하고 국회에 올 때는 넥타이를 반드시 매고 오라고 요구했었다.
민주당도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6월부터 의원총회 등 당의 모든 회의장에서 넥타이를 매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민주당의 ‘노타이’ 차림은 비단 에너지 절약만 고려한 게 아니라고 한다. 배재정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을(乙)을 위한 민주당을 지향하는 만큼 소탈한 옷차림으로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겠다는 의미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앞서 새누리당도 지난 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실내 온도 3도를 내리는 효과가 있으니 오늘부터 넥타이 없이 근무하자”는 황우여 대표의 제안에 최고위원들 모두 넥타이를 풀었다.
여야의 이런 움직임이 “정치권도 갑(甲) 행세 하지 말라”는 달라진 우리 사회의 분위기를 반영하는 게 아니냐는 말들이 나온다.
한편 청와대도 에너지 절약 실천에 나서기로 했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모든 사무실은 기온이 28도 이상일 때만 냉방기를 가동하도록 하고 냉방기 사용은 가급적 제한하고 사무실이나 회의실에서 선풍기 공급을 확대해 사용하기로 했다. 또 사무실 전등을 전체의 15%까지 제거하고, 가로등은 전체의 84%까지 소등키로 했다. 노타이 차림 간소복 근무와 직원 분산휴가 실시 등도 하기로 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