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시진핑 만나면 북핵문제 中역할 크다는 얘기할 것”
입력 2013-05-31 18:26
박근혜 대통령은 31일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취임 이후 처음으로 오찬을 함께 했다. 정부 출범 직후부터 숨 가쁘게 달려왔던 지난 3개월에 잠시 쉼표를 찍으려는 듯 밝은 표정으로 ‘피크닉’을 즐겼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안뜰 녹지원에 마련된 오찬장에 들어서면서 낯익은 기자들을 향해 “안녕하셨어요”라고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오는 4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 박 대통령은 직접 접시에 담아온 뷔페식 식사를 하면서 “지난 100일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라고 토로했다. 그는 “5년을 이끌 기본 틀을 만들고, 또 북한 문제도 있고 해서 신(神)이 나에게 48시간을 주셨으면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했을 텐데 (정상) 출발이 늦다보니 100일이라는 게 별로 실감도 안 난다”고 소회를 전했다.
박 대통령은 착용하는 액세서리가 화제가 된다는 언급에 “어느 신문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니 소지품과 관련해 ‘여성 대통령을 뽑으니 이런 재미도 있네’라는 글도 있더라”며 웃었다. 또 “내가 신던 구두는 중소기업 제품인데 매번 주문하던 곳이 있었다. 그 회사가 문을 닫아 다시 다른 메이커에 주문하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6월 말 예정된 한·중 정상회담에 대해선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오래 전부터 인연이 있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려 한다”며 특히 “북핵 문제는 중국 역할이 크다는 얘기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자들이 “방중 시 중국어로 연설할 생각은 없는가”라고 묻자 “많은 분들이 원하면 하려고 한다”며 가능성을 내비쳤다.
주로 가벼운 주제로 대화를 나눴지만 북한 문제에 대해선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모두발언에서 “북한이 진짜 입주한 우리 국민들을 생각했더라면 하루아침에 개성공단에서 인원을 철수시킬 수는 없다”며 “그래 놓고 지금 와서 정부는 상대하지 않고 민간을 상대로 자꾸 오라는 식으로 하면 누가 그 안위를 보장할 것이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를 풀려면 자꾸 ‘민간단체를 빨리 (북한으로) 보내라’, ‘6·15 기념행사도 하게 해줘라’ 이런 모순된 이야기를 할 것이 아니라 ‘북한은 정부를 상대로 대화를 시작해라’ 이렇게 해야 일이 풀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야당과 시민단체 등에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협조를 촉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개성공단 잠정폐쇄 당시 마지막 7명이 북측에 남아있을 때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느꼈던 불안한 심정도 털어놓았다. 박 대통령은 “조마조마하며 인질이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아주 긴박했던 그 순간은 참 상상하기가 싫을 정도”라고 했다.
첫 인사 후 모두발언이 무거운 안보 현안으로 채워지자 박 대통령도 당황한 듯 “하다 보니까…”라고 말끝을 흐려 참석자들 사이에서 웃음이 나왔다. 박 대통령은 난처한 표정으로 미소를 지으면서 “그래도 이 문제 중요하지 않나요”라고 동의를 구하며 분위기를 전환했다. 특유의 ‘썰렁개그’도 수차례 선보였다. 특히 오찬 말미에는 “돼지를 한번에 굽는 방법이 뭔지 아세요? 코에다 플러그를 꽂으면 된다”는 대통령의 개그에 큰 웃음이 터졌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