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 가계부 발표] 반발 커지는 SOC 사업 예산 축소
입력 2013-05-31 18:21
정부가 31일 공약가계부 재원 마련을 위해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축소하겠다고 밝히자 정치권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여기에 공약가계부에 포함되지 않은 숨겨진 SOC 사업인 80조원 규모의 지방공약 재원 마련도 정부가 풀어야 할 숙제다. “공약은 반드시 지킨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의지와 맞물리면서 SOC 사업이 정부 재정의 ‘뜨거운 감자’로 등장했다.
◇정부, “줄일 때 됐다” VS 정치권, “지역 불균형 심화”=정부가 공약가계부 상 가장 강도 높은 세출 구조조정을 계획한 분야는 SOC다. 정부는 2014년부터 4년간 모두 11조6000억원의 SOC 예산을 감축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감축’이 아니라 ‘정상화’시키는 것이라고 강변한다. 노무현정부 때까지 20조원 이하였던 SOC 재정 투입액은 지난 정부 때부터 꾸준히 늘어 올해는 25조원에 달했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전국에 깔린 철도, 도로는 충분한 상태다. 이제는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영할 것인가를 고민할 때”라고 말했다. SOC 신규 사업은 사실상 불허할 뜻을 내비친 셈이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은 당장 반발하고 나섰다. 새누리당 유기준 최고위원은 “지방 SOC 예산이 반영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약가계부 예산의 국회 통과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장병완 정책위의장도 “지방 SOC에서 신규 사업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낙후지역 균형 발전에 대한 의지가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산 넘어 산, 지방공약 SOC 사업=당장 4년간 SOC 예산 11조6000억원을 줄인다는 데 정치권이 수정 요구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80조원의 지방공약 대부분을 차지하는 지방 SOC 사업은 정부 재정에 커다란 부담이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이날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공약가계부와 별도로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지역공약 이행계획’을 마련해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2의 공약가계부를 만드는 것인데 134조8000억원 공약가계부 재원을 만드느라 세출·세입을 쥐어 짠 재정 당국에 ‘산 넘어 산’인 셈이다.
정부는 지방공약은 원칙적으로 모두 다 실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일단 수도권 광역철도(GTX) 등 일부 지방공약 사업은 민간투자 방식으로 재원을 조달할 방침이다. 그러나 수도권을 중심으로 수익보장 가능성이 높은 일부 사업은 민자 방식이 가능할 수 있지만 비수도권 지방 SOC 사업은 이마저도 쉽지 않다. 그렇다고 재정 파탄 직전인 지방자치단체에 떠밀 수도 없는 상황이다. 예비타당성 조사 등 사업 사전 절차를 통해 사업 구조조정을 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 대안이지만 이는 공약 미이행으로 정부 신뢰성에 타격을 줄 수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현재로선 답이 안 나온다”며 “100% 정부 재정으로는 공약 이행이 불가능한 만큼 민자 방식 등 여러 가지 방안을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