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총리 대국민 담화 연기 왜… “비리 진상 규명이 우선”

입력 2013-05-31 18:20

정홍원 국무총리가 31일로 예정됐던 대국민 절전 담화문 발표를 전격 연기했다. 당초 정 총리는 이날 국가정책조정회의를 마친 후인 오전 9시20분 하계 전력수급 상황과 정부 대책을 소개하고 담화문을 통해 국민들에게 전기 절약에 동참해줄 것을 호소할 계획이었다.

국무조정실은 “(원전 비리의) 진상을 철저히 밝히는 게 선결 문제라고 생각해 담화문 발표를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하계 전력대란 우려의 근본 원인인 원전 부품 위조사태에 대한 진상 규명이 우선이라는 의견이 제시돼 전날 밤 논의 끝에 연기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총리의 담화문 발표 예정 사실이 알려진 뒤 원전 관리·감독에 실패해놓고 국민들에게만 고통을 분담시키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자 담화문 내용과 발표 시기를 놓고 크게 고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원전 비리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담화를 내놓기보다는 원인 규명을 철저히 하는 게 먼저라는 청와대의 뜻이 전달되면서 담화 발표 연기가 최종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와 총리실은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데다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중심으로 곧 정부 자체조사와 감사원 감사가 잇따를 예정인 만큼 비리 원인과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한 뒤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 과정에서 원전 비리에 대한 강경한 입장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총리는 이날 오전 국가정책조정회의에 참석해 “원전의 안전과 직결된 주요 부품의 시험성적을 위조해 납품한 것은 천인공노할 중대한 범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전 비리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