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뿐인 뺑소니 신고 보상금제
입력 2013-05-31 18:04 수정 2013-06-01 01:19
택시기사 오충근(50)씨는 지난해 12월 2일 오전 4시55분쯤 서울 독산동 대로에서 한 수입차가 신호대기 중인 승용차를 추돌하고 잇따라 다른 2대를 들이받은 뒤 도주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반대편 차로에 있던 오씨는 차를 돌려 뺑소니 차량을 뒤쫓아 붙잡은 뒤 경찰에 신고했다. 오씨는 이후 서울 금천경찰서 교통조사계에서 3시간가량 목격자 진술을 했다. 오씨 택시에 있던 블랙박스는 경찰이 뺑소니범의 혐의를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로 활용됐다. 경찰은 오씨에게 “뺑소니 신고에 대한 보상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5개월이 지나도록 깜깜무소식이다.
뺑소니 사건은 대부분 목격자 신고가 사건 해결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블랙박스가 일반화된 요즘은 목격자 신고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 경찰은 뺑소니 사건 신고자에게 보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보상금 액수는 피해 정도에 따라 최고 1500만원에 달한다.
그러나 경찰이 목격자 신고로 사건을 처리해 놓고 신고자에 대한 보상은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범인 검거 전에는 목격자에게 신고해 줄 것을 호소하지만 일단 범인이 잡히고 나면 신고자에 대한 보상에는 나 몰라라하는 경우가 수두룩하다는 것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뺑소니 신고 건수는 1469건에 달하지만 보상금이 지급된 건 66건뿐이다. 한 일선서 교통조사계 경찰관은 “업무량이 많아 목격자들에 대한 보상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거나 신고자 보상에 관한 심의가 늦어지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경찰이 지급하는 뺑소니 신고 보상금과는 별도로 지난해 10월부터 뺑소니 신고 시민에게 포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포상금을 받은 신고자는 단 한 명도 없다.
경찰청 관계자는 “뺑소니 신고를 하더라도 신고가 결정적 역할을 한 게 아니면 보상금을 지급하지 않는데 이 같은 사실을 모르고 보상금을 기다리는 신고자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용상 황인호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