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외국인 투자’ 가장한 CJ 회장 차명계좌 압축

입력 2013-05-31 18:01 수정 2013-06-01 01:21


검찰은 CJ그룹 이재현 회장 일가가 외국인 투자를 가장해 계열사 주식 투자 등에 활용한 외국계 금융회사 계좌 8∼9개를 특정하고 정밀 추적에 나섰다. 이른바 ‘검은 머리 외국인’ 투자 흐름을 따라가면 CJ그룹 해외 비자금의 규모와 운용 상황 등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1000억원대 외국인 위장 투자 추적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윤대진)는 CJ그룹이 외국계 은행·증권사 서울지점에 외국인 또는 해외 펀드 명의의 차명계좌를 만들어 자금·주식 거래를 한 의혹이 있어 해당 지점 5곳에 대해 계좌추적 중이라고 31일 밝혔다. CJ 차명계좌가 운용된 것으로 보이는 외국계 금융회사는 C, N, U사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8∼9개 계좌에 대해 2004년부터 최근까지의 거래 내역을 쫓고 있다. 검찰은 이들 계좌가 외국인 이름으로 개설돼 있지만 실제로는 이 회장 직속 ‘재무2팀’이 장기간 관리·운용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전직 CJ 임직원 조사 및 지난 21일 CJ그룹 압수수색 등을 통해 관리 실태와 계좌 정보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재산 해외 도피 관련 전문검사 1명과 관세청의 외국환 거래 분야 수사관 1명을 파견받아 수사팀을 보강했다.

검찰은 사료 관련 해외 법인 설립이 집중됐던 2004년과 지주회사체제 전환 작업이 본격화됐던 2007년, 2008년의 CJ㈜ CJ제일제당 등 계열사 주식 거래를 주목하고 있다. 이미 홍콩과 싱가포르 당국에 CJ 측 차명계좌 관련 정보를 넘겨달라고 요청하는 등 다각도로 해외 비자금 실체 규명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 회장이 차명 거래로 소득을 올렸다면 소득세 포탈,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다면 자본시장법 위반에 해당한다. 검찰은 CJ그룹의 외국인 가장 투자 규모가 최소 1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서미갤러리, 이 회장에게 거액 입금

검찰은 서미갤러리 홍송원 대표가 특정 시기에 수억원의 돈을 연속해서 이 회장에게 입금한 정황도 잡고 돈의 성격을 조사하고 있다. 그림을 사는 쪽이 아니라 파는 쪽에서 돈을 보냈다는 점에서 자금세탁 의혹이 짙기 때문이다. 주간지 ‘시사저널’은 최근호에서 홍 대표가 2010년 10월 15일부터 그해 12월 24일까지 네 차례 모두 26억원을 이 회장에게 송금했다며 통장내역서를 공개하기도 했다. CJ그룹 전 재무팀장 이모씨가 2007년 5월 이 회장에게 보낸 협박성 편지에는 ‘(결제대금) 세탁을 위해…2억원, 5억원씩 나눠서 (서미갤러리 측에) 보내고…’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회장 일가가 차명 재산을 현금화하는 주요 루트로 서미갤러리를 활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또 서미갤러리와 CJ 간 미술품 거래 과정에 홍 대표 동생이 이사로 있는 갤러리와 홍 대표 아들이 운영하는 갤러리 계좌도 쓰인 경위를 파악 중이다.

지호일 전웅빈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