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희망적인 메시지 끌어내는 장편영화 만들고 싶어”
입력 2013-05-31 17:54
칸영화제서 ‘세이프’로 황금종려상 문병곤 감독 회견
“수상은 전혀 예상 못했어요. 다른 작품이 탈 거라 생각했는데 제 이름이 호명돼 깜짝 놀랐죠.”
제66회 칸 국제영화제 단편 경쟁부문에서 ‘세이프(Safe)’로 황금종려상을 받은 문병곤(30) 감독 얼굴엔 시종일관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31일 서울 사당동 아트나인에서 열린 수상 축하 시사회 및 기자회견 자리. 문 감독은 “상을 받아서 부담이 굉장히 많다”면서도 “다음 작품을 할 땐 더 전력투구하겠다. 결과를 예상하지 않고 열심히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수상작 ‘세이프’는 자본주의의 그늘을 은유적으로 묘사한 작품이다. 불법 게임장 환전소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여주인공이 환전을 요구하는 돈 일부를 빼돌리려다 발각되면서 벌어지는 내용을 담았다. 여주인공은 환전소 사장을 죽인 살인범을 피해 도망치다 환전소 안에 있는 금고에 갇히게 된다.
한국 영화가 칸 영화제 단편 부문에서 최고상을 받은 건 ‘세이프’가 처음이다. 문 감독은 수상 이유를 자평해 달라는 요청에 “메시지가 괜찮았던 것 같다”며 “(여주인공이 갇혀 지내던 장소가) 환전소에서 금고로 바뀌는 과정이 괜찮은 메시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어 “앞으로 ‘세이프’의 메시지를 좀 더 성숙하게 발전시켜 장편을 만들고 싶다. 엄청난 비극을 만들었으니 이제 희망적인 메시지로 끌어내고 싶다”고 덧붙였다.
2011년 중앙대 영화학과 졸업 작품인 단편 ‘불멸의 사나이’로 칸 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받은 문 감독은 두 번째로 입성한 칸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장편 경쟁부문 황금종려상에 대한 욕심은 없을까. “그건 운이 따라야 가능한 일 같아요(웃음). 피나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시사회가 끝난 뒤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영화가 가진 강렬하고 뚜렷한 메시지 때문에 가슴이 벌렁벌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유 장관은 “단편영화와 예술영화 같은 작은 영화들이 커져야 한국 영화가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영화를 담당하는 장관으로서 그런 부분에 소홀함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