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에서 인생 2막] 전국 최대 전남 곡성 ‘강빛마을’ 가보니
입력 2013-06-01 04:02
우리 사회가 고령사회로 빠르게 진행되면서 전원주택이나 실버타운, 은퇴자마을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정년(停年) 등으로 인해 직장을 그만둔 50∼60대 부부들의 웰빙(well-being)과 힐링(healing)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도심에서 벗어나 자연환경에서 새로운 소일거리를 찾음으로써 건강과 소득을 동시에 챙길 수 있는 전원(田園) 속 삶을 추구한다.
불과 3∼4년 전만 해도 전국적으로 20여 곳에 불과했던 전원마을은 현재 142곳에 이른다.
그중 전남 곡성군 죽곡면 태평리에 있는 강빛마을은 전국 최대 전원마을로 꼽힌다. 지난 4월 20일 문을 연 이곳은 가구 수가 109가구로 전국 최초로 100가구가 넘는 규모다. 전형적인 배산임수(背山臨水)형 지세로 풍광이 아름다운 청정지역이다.
지난 29일 오후 2시쯤 전남 구례구역을 출발해 국내에서 가장 드라이브하기 좋은 길로 유명한 섬진강변 17번 국도를 따라 곡성 방향으로 15분가량 달렸다. 갈림길에서 18번 국도로 접어들자 민물고기가 풍부하기로 유명한 보성강(대황강) 강변을 따라 대나무 숲이 골짜기를 이뤘다.
10분가량 더 달리자 같은 모양의 아담하고 예쁜 새로운 형태의 한옥들이 강 건너 화장산 기슭에 빼곡히 들어서 있었다.
정치인, 기업인, 언론인, 대학교수, 자영업자 등 다양한 전문직 종사자들이 은퇴해 입주한 집들이다. 109가구 전체의 분양이 완료됐고, 현재 40여 가구가 입주해 생활하고 있다. 조만간 은퇴할 30여명도 곧 합류한다고 한다. 그렇다고 50대 이상만 입주 가능한 것은 아니다. 30∼40대 젊은 부부들도 30여 가구나 된다. 이들은 마을 운영에 적극 참여하는 ‘일꾼’ 역할을 맡게 된다.
마을 입구에서 만난 박용택(70), 임화자(68)씨 부부는 “광주 아파트 생활을 청산하고 이곳에 왔다”며 “도심 콘크리트 속에서 받는 햇볕과 이곳의 볕은 확연히 다르다”며 연방 행복감이 묻어나는 미소를 지었다. 광주에서 고등학교 교장을 역임하며 36년간 교육에 헌신했다는 그는 “사람 사는 맛이 느껴진다”고 귀띔했다.
30여년간의 서울 생활을 마감하고 솔빛촌에 보금자리를 튼 진재학(55)씨는 “아침에 자연을 벗 삼아 산책하고 독서하고 밤에는 인생 선배들과 이야기꽃을 피우노라면 하루가 짧게 느껴질 정도로 행복하다”고 말했다.
강빛마을은 2009년 사업에 착수해 13만2000㎡ 부지에 가옥 109개동(棟)을 지어 조성됐다. 투자액만 223억원에 달한다. 토지 구입과 건축비는 입주자들이 1억9500만원씩 개별 부담했다. 입주자들은 1인당 집 한 채를 포함해 텃밭으로 쓸 수 있는 땅 330㎡을 소유하게 됐다.
또 국비와 도비 등으로 43억원을 지원받아 도로, 상하수도, 전기통신 등의 기반시설도 갖췄다. 마을은 솔빛촌, 풀빛촌, 눈빛촌 등 7개 동(洞)으로 나누어져 있다.
부대시설로는 2792㎡ 부지에 교육관과 문화관을 갖춘 연면적 1084㎡의 커뮤니티센터가 들어서 있다. 이곳에서는 방문객들의 사전예약에 따라 입주자들의 전문성에 맞춰 짜여진 교육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이다. 식당과 세미나실도 갖췄다. 커피점과 편의점은 곧 문을 열게 된다. 입주자들이 소지한 책들을 모아 마을 공동 책방도 꾸며진다.
가옥은 2층 목조골재에 유럽풍 기와를 얹어 한옥 느낌이 나도록 설계됐다. 모두 친환경자재를 사용했고, 가구당 건축면적은 총 99㎡(30평)로 동일하다. 1층 66㎡(20평)는 입주자들의 주거생활 공간으로 만들어졌다. 2층 33㎡(10평)는 마을 소득 증대사업인 호텔식 민박으로 운영하고 있다. 마을을 연 지 한 달 만에 벌써 1100여명의 방문객이 머물다 갔다.
강빛마을은 아름다운 자연 경관, 공동체 주거문화, 주택공간을 이용한 호텔식 민박운영 등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인생 제2막을 준비하는 은퇴자들에게 강빛마을은 전원마을의 새 모델이 되고 있다.
강빛마을은 고현석(70) 전 곡성군수가 만들었다. 고 전 군수는 군수 재임 당시부터 은퇴자마을 조성을 추진했지만 마을 조성 주체를 찾지 못해 실현되지 못했다. 그는 공직에서 물러난 이듬해인 2007년 5월 ㈜리버밸리를 설립해 직접 민간주체로 나섰다. 농촌 공동화(空洞化)를 방지하고 농촌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고 전 군수는 이 마을의 촌장을 맡고 있다.
고 촌장은 “마을의 부족한 시설정비와 경관 조성이 완성되면 최고 휴양시설과 문화·교육 체험공간을 갖춘 신 개념 전원마을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곡성=글·사진 김영균 기자 ykk22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