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조작 여파’ 레바논 전력 누수 노출
입력 2013-05-31 18:09
승부조작 여파로 레바논의 전력 누수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한민국과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을 치르는 레바논은 지난 30일(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그랜드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오만과의 평가전에서 1대 1로 비겼다. 이 경기를 지켜본 박충균 한국 대표팀 코치는 베이스인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로 돌아와 “중앙 수비수는 발이 느렸고 날개 공격수들 중에서도 제대로 뛰는 선수가 없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박 코치는 “레바논이 수비 조직력과 전체 밸런스에서 많은 문제를 노출했다”며 “경기 결과는 무승부였지만 경기 내용에서 오만에 많이 밀렸다”고 평가했다.
레바논의 전력이 크게 약화된 건 주축 선수들이 승부조작에 가담했다가 출전정지 제재를 받아 대거 전열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레바논에선 지난 2월 국가대표까지 대거 포함된 승부조작 파문이 불거졌다. 국가대표 중에는 공격수 마흐무드 엘 알리, 아크람 모그라비, 수비수 라메스 다유브, 알리 알 사디, 미드필더 아마드 즈레이크, 후세인 다킥, 모하마드 유네스가 포함됐다. 이들은 아시안게임과 월드컵 최종예선 등에서 적게는 8000달러(약 900만원)에서 많게는 1만2000달러(약 1300만원)를 받고 승부조작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레바논 축구협회는 승부조작 관련자 23명에게 영구 자격정지부터 1∼3년의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다. 국제축구연맹(FIFA) 징계위원회는 지난 4월 레바논 축구협회 처분을 받아들여 이를 전 세계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알리, 사디는 2011년 11월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열린 3차 예선 5차전에서 한국에 패배를 안긴 주역이다. 당시 사디는 경기 시작 4분 만에 선제골을 터뜨렸고, 알리는 1-1로 맞서 있던 전반 31분 구자철의 반칙을 유도, 페널티킥을 얻어내 한국에 1대 2 패배를 안겼다.
한편 5일 새벽 2시30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열릴 예정인 이번 6차전이 현지 정정 불안으로 제3국에서 개최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정몽규 회장이 현재 아프리카 모리셔스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축구연맹(FIFA) 총회에 참석해 FIFA 관계자들과 레바논 원정 경기에 안전을 확보하는 방안을 논의중”이라고 전했다. 이어 “큰 틀에서는 제3국에서 경기를 개최하는 방안도 논의중이다. 하지만 시일이 촉박해 가능성이 그리 높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