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아웃] 프로야구, 아찔한 충돌 사고… ‘흉기 수준’ 철벽 펜스
입력 2013-05-31 18:10
프로야구 ‘흉기 수준’ 철벽 펜스, 언제까지 두고 볼 것인가.
아찔한 장면이 또 나왔다. 30일 사직구장 두산-롯데전. 롯데 2루수 정훈이 9회초 두산 선두타자 홍성흔의 파울 타구를 잡기 위해 슬라이딩을 하다 미끄러지며 1루측 외야 익사이팅존 펜스에 머리와 목을 부딪혔다(사진). 의식을 잃은 정훈은 들것에 실려 그라운드를 떠났다. 다행히 정훈은 정밀조사 결과 이상이 없어 31일 선수단에 합류했다.
펜스 충돌 사고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달 8일 SK 이명기는 문학-두산전에서 홍성흔의 타구를 잡으려다 스파이크가 펜스 하단에 박히면서 왼 발목 인대 부상을 당했다. 롯데 전준우는 지난달 17일 문학 SK전에서 최정의 타구를 따라가다 펜스에 부딪혔다. 한화 강동우는 지난 1998년 삼성 신인 시절 펜스에 부딪혀 발목 골절로 고생했다. 지난해 4월15일 정원석(35·당시 한화)은 문학 SK전에서 펜스 충돌로 오른 엄지가 탈골돼 시즌 아웃됐다. 정원석은 그해 말 그라운드를 떠났다.
메이저리그는 어떤가. 외야수가 외야펜스에 부딪히면 파도가 출렁거리듯 펜스가 물결친다. 메이저리그 외야펜스도 기본 구조는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신축성을 더 중요시한다.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몸값이 천문학적이다 보니 부상 방지에 더 염두를 뒀다. 미국의 외야펜스 쿠션은 한국보다 훨씬 말랑말랑하고 신축성이 뛰어나서 선수가 부딪히면 자동차 에어백처럼 푹 안기도록 설계돼 있다.
국내 야구장의 외야 펜스는 거의 흉기 수준이다. 타구가 펜스에 맞으면 푹 잠겨 바로 밑에 뚝 떨어지는 미국 구장과 달리 한국 펜스는 볼이 맞고 튕겨 나올 정도로 딱딱하다. 잘못하면 선수 생활에 치명타를 줄 수 있다는 얘기다. 급기야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는 31일 선수들의 부상 방지를 위한 경기장 펜스 개선을 촉구했다. 더 이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은 없어야겠다.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