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플이 이렇게 달라졌어요] 우수호 목사 “무섭고 지루한 선생님, 이미지부터 바꾸세요”

입력 2013-05-31 17:19


2004년 당시 재학 중이던 강의석씨가 학교의 강제적인 종교교육에 항의하면서 뉴스의 중심에 있었던 서울 대광고가 변했다. 1947년 영락교회 고 한경직 목사에 의해 기독교를 건학이념으로 설립된 대광고는 2011년 자율형 사립고로 인가받으며 법적으로 교육과정의 자율성을 보장받기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3년 전부터 학생들의 호응 속에 정서·인성·예체능 교육이 강화된 새로운 예배를 드리고 있다. 지난달 27일 대광고 교목실장인 우수호(42·사진) 목사를 만나 새로운 예배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기독교학교의 신앙교육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채널은 성경수업과 예배입니다. 성경수업은 종교과목으로 편성하되 복수로 편성하고 예배는 선택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하지만 이것은 건학이념 실현에 치명적입니다.”

우 목사는 좀 더 준비되고 질적으로 향상된 기독교 학교의 신앙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와 ㈜SPS가 지원하는 ‘기독교학교 지원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프로젝트를 통해 기독교 학교에서 예배가 꼭 필요하고 사회화의 교육적 기능이 있음을 발견했다. 또 믿지 않는 학생들이라도 예배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계속 만들어주는 것은 구약의 “만백성들아 하나님을 경배하라”는 말씀에서 그 이유를 찾았다고 설명했다. 이 학생들이 그 시간을 통해 하나님을 알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에 신학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믿지 않는 학생들도 좋아하고 감동적인 예배형태를 연구해 다른 학교에도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예배의 모델을 선보였다.

“예배 시작 전 강당의 질서를 잡으려는 ‘무서운 교사의 호통’ 대신 ‘강당 에티켓 영상’을 상영했다”는 우 목사는 “예배 후에는 원하는 학생들에게 피드백 설문지를 작성케 해 예배 시작 때마다 영상으로 보여주고 딱딱한 사도신경 주기도문 대신 쉬운 문장으로 공동 기도문을 만들어 활용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가장 싫증을 느끼기 쉬운 설교는 짧되 강한 메시지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예배의 내용도 영역별로 다양화했다. 3년간 인성을 키우기 위한 특강과 설교 등 20회, 아카펠라 마린바 국악 독창 합창 공연·연주 등 예능 22회, 태권도시범 국가대표 축구선수의 시범 등 체능 2회, 정치인 CEO 영어채플 등 진로·직업·외국어 8회, 4·19의미 6·25특강 히말라야슈바이처영화감상 등 가치관 3회 등의 예배를 진행했으며 지금도 계속 다양한 예배 모델을 개발해 적용하고 있다.

우 목사는 “한국에도 일반학교와 구별된 제대로 된 기독교학교가 많았으면 좋겠다”며 “입시교육이나 시대적으로 어려운 제도라고 할지라도 그 속에 하나님 메시지가 있고 오히려 더 좋은 교육을 할 수 있는 고민과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피력했다.

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