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플이 이렇게 달라졌어요] 설교는 졸려요… 뮤지컬·국악연주 ‘문화 채플’ 끌려요
입력 2013-05-31 17:19
“다양한 문화를 체험해서 좋았다.”
지난해 10월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가 발표한 ‘기독교학교의 예배 개선 연구’ 자료를 보면 서울 대광고 학생의 62.8%가 이런 이유로 학교 채플에 대해 만족한다고 했다. 아쉬운 점은 “설교가 너무 지루하다”며 설교시간을 줄이고 재미있게 채플을 드릴 수 있도록 문화적 체험을 요구했다.
학교 채플이 다양해지고 있다. 전통적인 예배 형식에서 벗어나 CCM 찬양과 뮤지컬, 힙합공연, 연주자 초청처럼 ‘문화 옷’으로 갈아입자 채플 때면 ‘잠자던 학생’들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대광고는 영상, 초청팀 소개, 콘서트, 알림, 침묵기도 순으로 이뤄지는 문화채플을 드리며 이런 효과를 경험했다. 학생들의 62%는 “전통적 예배 형식만 있는 것보다는 문화 순서가 있는 게 더 좋다”고 했고, 채플에서 가장 좋은 것 역시 외부 공연(71.6%), 선호하는 외부 초청 강사도 문화 공연팀(82.1%)이었다.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 이종철 연구원은 “입시위주 교육 아래서 그동안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문화적으로 메말랐는지를 보여준 사례”라며 “문화 채플이 일회성 행사로 그치지 않고 예배적 요소를 어떻게 연결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공연팀 초청을 통해 어떻게 하면 복음이나 기독교적 가치관을 전해 예수님을 소개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초청팀을 따로 세우지 않고 학생들이 나서서 문화 채플을 드리는 곳도 있다. 전북 남원시 남원국악예술고는 학생들이 ‘과별 특별순서’를 통해 직접 우리 가락을 연주하는 방식으로 국악예배를 드린다. 김명수 교목은 “매주 드리는 예배는 경배와 찬양 위주이고, 입학식이나 졸업식 등 특별한 행사 때는 국악으로 찬양예배를 드린다”며 “우리 악기로 감미롭게 연주하며 예배드릴 때 학생들의 집중력이 더 뛰어난 것 같다”고 했다. 김 교목은 “국악 예배가 한국인 정서에 잘 맞는 것 같다”고 소개했다.
대학 채플은 좀더 세분화돼 있고 다양한 형태로 진행된다. 숭실대는 목회자나 교수, 사회 저명 인사들이 메시지를 전하는 일반 채플, 찬양을 좋아하는 학생들을 위한 찬양(CCM) 채플, 영어로 드리는 영어 채플 등이 있다. 특히 연극, 뮤지컬, 성악, CCM, 비보이, 피아노, 전자바이올린 등 다양한 문화적 콘텐츠를 활용한 문화 채플에 대한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교목실은 “학생들이 문화 채플의 횟수를 더 늘려 달라고 요청한다”며 “전자바이올리니스트 해나리를 초청해 질 높은 연주와 함께 학생들과 수준에 맞는 원활한 소통, 재미있는 간증이 큰 호응을 받은 바 있다”고 전했다.
문화 채플의 강점은 문화라는 콘텐츠를 통해 먼저 학생들의 마음을 열게 하고 자연스럽게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매주 문화 채플을 드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사전 공지를 통해 학생들로 하여금 기대를 갖게 하는 게 좋다는 것. 또 강사를 초청할 땐 전문성과 함께 청중과의 소통, 자연스런 복음 제시 등을 고려하는 게 필요하다.
대학에서 문화 채플을 주관한 문화연구원 ‘소금향’ 원장 박정관 목사도 “요즘 교회들에서 ‘전도한다’고 하면 사람들이 모이지 않지만 ‘문화행사를 갖는다’고 하면 지역 주민들의 참여도가 큰 것을 볼 수 있다”며 “학교 채플에선 목회자가 아닌 평신도가 질 높은 문화적 콘텐츠를 갖고 재미와 감동을 준다면 분명 젊은 학생들과의 소통에서 큰 반향을 일으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