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병원 류현미 교수팀, 임신부 혈액으로 12주 이전 태아 성별 확인기술 개발

입력 2013-05-30 20:41


임신부의 혈액만으로 태아 성별을 안전하고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새 진단기술이 국내 의료진에 의해 개발됐다.

제일병원 산부인과 류현미(사진) 교수팀은 기존 융모막융모생검, 양수검사 등 임신 11주 이후 침습적(칼이나 주사기로 생체조직을 찌르고 베는) 검사로만 가능했던 태아의 성감별을 임신 초기(12주 이전)에 산모의 혈액 속에 든 태아 DNA의 존재를 확인하는 방법으로 100% 예측할 수 있는 새 진단법을 개발했다고 30일 밝혔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근이영양증(근육병), 혈우병, 망막색소변성증 등 X염색체 유전질환 보인자(保因者)를 가진 여성이 임신했을 때 태아의 성을 감별, 유전병의 대물림을 간편하게 차단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 예로 근이영양증과 같은 X염색체 유전질환 보인자를 가진 임신부의 경우 여아는 대물림 위험이 없지만 남아는 발병 위험이 50%에 이른다. 따라서 임신 초기 태아 성별을 확인, 산전에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류 교수팀은 이를 위해 모체 혈액 속에 태아 DNA가 비(非)메틸화된 형태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이 중 남아일 경우에만 발현되는 DNA 비율값을 산정하는 데도 성공했다. 이 값이 4.8∼7.5 수준으로 높으면 남아, 그렇지 않고 0.3∼2.1 수준으로 낮으면 여아일 확률이 높다.

류 교수팀은 실제 이 태아 DNA 비율값을 바탕으로 임신 초기 203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새 성감별 진단법을 시험 평가한 결과 100% 정확도를 보였다고 밝혔다. 연구결과는 실험생물학 분야 미국 학술지 ‘FASEB 저널’에 게재됐고, 최근 한국 특허도 획득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