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라오스 탈북자 북송 원인 철저히 규명하라
입력 2013-05-30 19:06
탈북 고아 9명이 라오스에서 추방돼 북한으로 강제 송환된 사태를 놓고 외교 당국의 대응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군사작전을 방불케 한 북한 당국의 조직적이고 기민한 대응에 비해 우리 당국의 대처가 안이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는 만큼 사태 전 과정에 대한 철저한 점검이 이뤄져야 한다.
주 라오스 대사관은 지난 10일 탈북 고아들이 라오스 당국에 적발되자 신병 인도를 요청하고 면담을 시도했으나 이들이 추방된 지난 27일까지 한 차례도 면담을 하지 못했다. 그간 라오스 당국이 탈북자 문제에 우호적으로 협조해 온 관행에 젖어 미온적으로 대처한 것으로 보인다. 라오스 측의 기류 변화를 전혀 감지하지 못한 채 사후통보만 받은 것은 외교력이나 정보력의 한계를 보여준 것이다.
반면 북한은 탈북자들을 북송시키기 위해 여러 명의 북한 인사가 따라붙고 육로가 아닌 항공편을 이용하는 이례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를 두고 탈북자 가운데 일본인 피랍인의 아들 등 주요 인사가 포함됐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때문에 우리는 불가항력적이었다고 면책을 주장할 것은 아니다. 탈북자들이 북한 요원으로 보이는 자에게서 심문을 받은 사실을 우리 당국에 알렸다는 증언도 있어 당국이 상황의 위급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외교부는 뒤늦게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중국과의 외교채널을 가동했으나 북송을 막지 못했고 북송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해 대 중국 정보나 외교에서 허점을 노출했다.
정부는 외교부와 현지 공관의 대응 과정들을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 필요하면 감사원의 감사도 병행해 탈북자 북송의 문제점을 찾아내 반드시 보완해야 할 것이다.
라오스 정부의 탈북자 대응 기조가 바뀐 것이라면 심각한 문제다. 중국이 이번 사태를 알고 있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북송에 협조한 것이 사실이라면 역시 유의해야 할 대목이다. 탈북자의 강제 북송이 난민지위협약 등에 어긋나는 반인권적 행위임을 다양한 외교 채널을 통해 상기시키고, 탈북자 문제는 당사자의 자유의사를 존중해 처리한다는 우리 정부의 원칙을 재차 설명할 필요가 있다. 유엔난민기구나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등 국제기구와 협력도 강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당국의 적극적인 자세다. 북한은 김정은 체제 등장 이후 주민동요를 막기 위해 탈북자 단속을 크게 강화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탈북자 수가 계속 줄어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의 관행을 답습하는 고식적 태도로는 탈북자 인권을 지킬 수 없다. 배전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제2의 탈북자 북송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