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원전 비리 이번에는 완전히 뿌리 뽑아야

입력 2013-05-30 19:03

수백만개의 부품이 사용되는 원자력 발전소에서는 사소한 부품 하나에만 이상이 생기더라도 가동이 중단되거나 상상할 수 없는 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 특히 원자로 내부에 쓰이는 안전 관련 부품은 반드시 시험검증기관을 통과한 것만 사용하게 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전 비리가 끊이지 않는 것은 관련 분야 종사자들의 도덕적 해이와 안전 불감증 때문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검찰이 역사상 처음으로 비리 제보 전화와 이메일 계정까지 개설하면서 수사단을 설치한 것은 이 같은 비리를 철저히 밝히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불량 부품 공급도 용서할 수 없는 범죄인데 시험검증기관이 서류까지 조작했다니 말문이 막힐 뿐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시험검증기관을 거쳐 납품되는 부품의 수와 종류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니 더욱 한심한 노릇이다.

무엇보다 원전업계의 폐쇄적인 구조가 비리의 근본 이유라는 지적을 한수원은 귀담아 들었으면 한다. 부품 구매와 계약, 품질관리를 맡고 있는 한수원의 부실한 관리는 말할 것도 없다. 본사와 사업소로 분산돼 있는 구매와 계약 업무를 일원화하고, 감사 조직이 구매활동을 감시하는 시스템을 갖춘 것이 불과 한 해 전의 일이다. 문제는 이 같은 방식으로 구매 방식을 바꾼 이후에도 납품 비리가 끊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번에 적발된 제어케이블 합격증 위조는 일개 회사의 부도덕한 문제로만 돌리기에는 문제가 심각하다. 국내 유수의 원자력 성능 검증 업체마저 증명서를 위조하는 마당에 안전과 직결된 수많은 부품 가운데 위조된 증명서로 통과된 제품이 없을 것이란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총 전력생산량 가운데 무려 35%를 원전에 의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원전 수출국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원전 비리가 끊이지 않는 것은 원전 수출에도 결코 이롭지 않을 것이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만큼 부품 납품 비리, 시험성적서 위조뿐 아니라 금품수수와 인사비리 등 원전 전반의 구조적 비리를 확실히 뿌리 뽑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