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아웃] 난장판 된 국기원이사회… 한심한 집안싸움

입력 2013-05-30 18:58 수정 2013-05-30 22:18

세계 태권도본부인 국기원 이사회가 일부 태권도인들의 난입으로 난장판이 됐다. 30일 서울 역삼동 국기원 제2강의실에서 열린 2013년도 국기원 제6차 임시이사회는 이사장 선출건을 다룰 예정이었다. 지난달 김주훈 이사장의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 이사회는 그동안 4차례의 임시회를 열었지만 후임자 인선에 실패했었다. 정관에 이사장은 이사들 가운데 뽑도록 돼 있어 이날 14명의 이사 가운데 오지철 TV조선 사장(전 문체부 차관)이 유력후보로 물망에 올랐다.

하지만 이사회는 시작부터 이사들간 견해차이로 순조롭지 못했다. 그 누구도 과반수인 8표를 미리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사회는 또 다시 파행이 예상됐다.

15분쯤 지나 비공개로 진행되던 이사회장에 시민단체를 표방하는 바른태권도시민연합회 김덕근 대표와 태권도미래창조시민연대 홍상용 대표가 난입했다. 이들은 회의를 진행하던 이규석 직무대행석을 점거한 채 이사들에게 쓰레기를 던지며 “이사 퇴진”, “국기원 자율성 보장” 등을 주장했다. 이들이 이사회장의 집기를 내동댕이치는 바람에 이사회는 난장판이 됐다. 이에 문대성 이사가 “지금 뭣하는 짓이냐”며 나섰지만 이들을 제지하지 못했다. 경찰이 뒤늦게 도착했지만 이사들이 뿔뿔이 흩어진 뒤였다.

국기원 이사회가 후임 이사장을 뽑지 못하는 것은 강력한 리더십을 갖춘 존경받은 태권도인이 없기 때문. 국기원 이사장은 태권도의 상징적인 인물인 국기원장 선출에 결정적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태권도 행정의 핵심자리다. 따라서 이사장을 노리는 태권도인들의 권력다툼이 이날 이사회장 난입으로 표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이사들이 이사들을 뽑고, 이사 가운데 이사장을 선출하도록 돼 있는 국기원 이사회의 폐쇄적인 정관에 이의를 제기하는 분위기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태권도 고단자회와 전국 17개 시도협회장 등은 최근 국기원 사태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특히 시도협회장들은 파국으로 치닫는 국기원 이사회에 정부개입을 촉구하고 나서 제2의 파장이 우려되고 있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