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슬링’ 올림픽 복귀 희망 밝혔다
입력 2013-05-30 18:58
올림픽이라는 목표를 잃고 의기소침했던 전 세계 레슬링 선수들이 다시 희망을 갖게 됐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30일(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집행위원회를 열어 2020년 하계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에 포함될 후보로 레슬링, 야구·소프트볼, 스쿼시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2월 IOC는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집행위원회에서 25개의 핵심 종목을 선정하면서 레슬링을 제외한 바 있다.
이날 집행위에서는 레슬링 외에 야구·소프트볼, 스쿼시, 가라테, 롤러스포츠, 스포츠클라이밍, 우슈, 웨이크보드 등 8개 종목이 2020년 하계올림픽 정식 종목 후보로 선정되기 위해 경합을 벌였다. 집행위원회는 15명으로 구성되지만 자크 로게 위원장이 관례에 따라 투표에 나서지 않아 이날 14명이 투표인단으로 참여했다. 후보 종목이 되기 위해선 과반인 8표 이상을 획득해야 하며, 최저득표 종목을 탈락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레슬링은 1라운드 1차 투표에서 단숨에 8표를 얻어 가볍게 후보종목으로 선정됐다.
국제레슬링연맹(FILA)은 뼈를 깎는 개혁과 여론을 통한 압박으로 핵심종목 퇴출 3개월 만에 집행위원들의 마음을 되돌린 것이다. 우선 FILA는 올림픽 퇴출 소식을 접하자마자 권한을 남용하고 개혁 목소리를 묵살해 온 라파엘 마르티네티 전 회장을 퇴출시켰다. 이어 “양성 평등을 구현하라”는 IOC의 목소리를 반영해 여자 자유형 체급을 세분화해 6체급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 세트제 폐지, 패시브제도 보완, 여성 부회장 신설 등 IOC의 요구도 적극 받아들였다.
레슬링 퇴출이 결정나자 전 세계 여론은 “IOC가 상업성에 집착해 상징성까지 포기하려 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 러시아, 이란, 일본 등 레슬링 강국들은 공조를 하는 동시에 자체적으로 서명운동을 벌이며 여론몰이에 나섰다. 이란의 마무드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자국에서 열린 대회에서 국제무대의 ‘앙숙’인 미국 대표팀 관계자들과 악수를 하고 축하의 말을 나누는 광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레슬링, 야구·소프트볼, 스쿼시의 3개 종목은 9월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리는 IOC 총회를 통해 2020년 하계올림픽 정식 종목 채택 여부가 가려진다. 3개 종목 중 1개 종목만 정식 종목의 지위를 얻는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