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월세’ 전환때 연 570만원 이상 더 들어

입력 2013-05-30 18:35


1∼2인 가구가 늘어나고 저금리가 장기화되면서 전세 매물이 사라지고 있다. 임대를 내놓은 집주인들이 전세금으로 금리 이득을 보는 것보다 월세 수익을 선호하고 있어서다. 수도권 아파트의 경우 전세에서 월세로 옮길 때 추가로 드는 비용은 1년에 평균 570만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30일 ‘주택 월세시장 분석’ 보고서에서 1995년 월세 가구 비중이 전체 가구의 14%에 불과했지만 2010년에는 21%까지 상승했다고 밝혔다.

월세 가구가 늘어나는 이유는 1∼2인 가구가 대폭 증가했기 때문이다. 통계청은 수도권의 경우 90년 21%에 머물던 1∼2인 가구 비중이 갈수록 많아져 2030년에는 무려 60.5%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월세 가구 중 1∼3인 가구의 비중이 77%에 이르는 점을 고려할 때 월세 가구 증가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여기에다 저금리의 장기화에 따라 임대인들이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는 현상도 영향을 미쳤다. 월세 수익률은 지난달 수도권 기준으로 연 4.18%였다. 수도권 소형 아파트만 따지면 연 4.56%의 수익률을 보였다. 시중은행 예·적금 금리가 연 3%를 넘지 못하는 것에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익률이다.

하지만 전세에서 월세로 옮길 때 들어가는 비용은 만만치 않다. KB경영연구소는 수도권 아파트에서 전세(중간가 1억6350만원 기준)를 살던 가구가 월세로 이사하면 1년에 약 577만원을 추가로 써야 한다고 추산했다. 평균 연소득의 11%, 여유자금의 51.3%를 추가 비용으로 투입해야 한다.

전세가격이 낮은 곳에 사는 세입자는 이보다 더 부담이 크다. 전세가격 하위 20%에 거주하는 세입자는 월세 전환에 따른 소득 대비 추가 부담 비율이 24%에 달했다.

이 때문에 월세 가구 증가세가 저축·소비 위축으로 직결될 수 있다. 기경묵 KB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전세 가구가 월세 가구로 전환하는 데 추가 부담이 커 월세 전환이 늘어날수록 임차 가구의 가계 부담이 커질 것”이라며 “저소득층 중심으로 저축과 소비 위축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