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안철수 ‘노동 이슈’ 선점 경쟁

입력 2013-05-30 18:36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30일 당 고위정책회의에서 “노동과 임금 문제를 국민의 근본적인 생활문제로 끌어올려 정치권 의제로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과 임금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겠다고도 했다. 이를 통해 “정상적이고 정의로운 임금구조를 구현하겠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이 노동·임금 문제를 이슈화하겠다고 나선 것은 좀 갑작스러운 측면이 있다. 게다가 발 빠르게 TF 구성까지 밝힌 것에선 다급함도 엿보인다. 배재정 대변인은 국민일보 기자와 만나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시간제 일자리’ 발언을 계기로 이에 더 능동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취지인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안철수 견제’ 차원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당 핵심 관계자는 “최근 무소속 안철수 의원 측이 ‘민주당보다 더 진보적인 노동중심 정당을 만들겠다’고 밝히는 등 노동문제를 이슈화할 것으로 보여 이에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노동 없는 민주주의의 인간적 상처들’이라는 책을 펴낸 진보학자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를 최근 자신의 연구소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이사장으로 스카우트했다. 최 이사장은 정치권이 경제문제 중에서도 노동 및 고용문제, 정규직 및 비정규직 간 임금격차 문제를 가장 시급하게 다뤄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안 의원 측 김민전 경희대 교수도 교통방송 라디오에서 “우리 사회에서 지금 노동문제가 얼마나 중요하냐. 갑을(甲乙) 문제나 사회 양극화도 결국은 노동문제 아니냐”고 했다. 그러면서 “안 의원은 안보는 보수적이되 경제문제에 있어선 진보라 최 이사장과 입장을 같이한다”고 밝혔다.

10월 재·보궐선거와 신당 창당 문제로 신경전을 벌여온 민주당과 안 의원 측이 이제 노동문제 선점을 위해 본격적인 경쟁에 나선 것이다. 특히 지난 대선 때 야당 이슈로 여겨졌던 ‘경제민주화’를 새누리당에 선점당해 곤욕을 치른 민주당으로선 노동·임금 문제만큼은 안 의원에게 뺏기지 말아야 한다는 강박감이 강하다.

아울러 노동·임금 문제는 일종의 ‘계급적 성격’이 깔려 있는 휘발성 강한 소재이고, 사실상 국민 대다수와 연관돼 있어 ‘표밭’ 및 정당 지지도 관리 차원에서라도 서로 먼저 뛰어들만한 사안이다. 특히 민주당과 안 의원으로선 통합진보당과 진보정의당이 독과점해온 노동문제를 건드려 진보 진영으로까지 지지기반을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도 매력적인 이슈다.

손병호 김아진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