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간다 정상회담] 朴 대통령 “새마을운동 도입땐 곡창지대될 것”
입력 2013-05-30 18:28
박근혜 대통령은 30일 첫 국내 정상회담 파트너로 ‘검은 박정희’로 불리는 요웨리 무세베니 우간다 대통령을 만났다. ‘떠오르는 대륙’으로 불리는 아프리카의 잠재력을 선점하겠다는 차원으로 자원외교에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박 대통령은 양국 수교 50주년을 맞는 올해 우간다 정상으로는 한국을 처음 방문한 무세베니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이어 협정 서명식, 오찬에 이르기까지 2시간 넘게 함께했다.
무세베니 대통령은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뒤 4선째 집권하면서 국가주도형 경제개발을 추진하고 있어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인생 노선과 비교되는 인물이다. 정당 설립을 통제하고 대통령 3선 제한 법조항을 삭제해 장기집권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측면도 닮은꼴이다. 평소 한국의 경제부흥 사례를 자주 언급했던 무세베니 대통령은 이날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경의를 수차례 나타내고 새마을 운동에 큰 관심을 보이며 “한국은 아프리카의 모범사례”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오찬을 같이하면서 “근면한 국민성을 가지고 있는 우간다가 새마을운동을 통해 농촌개발을 이뤄낸다면 동아프리카의 곡창으로 거듭날 수 있다”며 “우리나라도 적극적으로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간다 속담에 ‘카무카무 우에 우간다’라는 말이 있다고 들었다”며 “하나하나가 모여 다발을 이룬다는 뜻인데, 새마을운동 정신과 일맥상통한다”고 했다. 또 지난해 런던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한 스티븐 키프로티치 선수, 빈민촌에서 자란 체스 세계 챔피언 피오나 무테시를 거론하며 “우간다 국민들의 저력을 상징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무세베니 대통령은 사의를 표한 뒤 “박 전 대통령의 업적을 과거에 잘 보아 안다. 심지어 집무실에는 박 전 대통령께서 집필하신 서적들이 있다”며 “한국을 오늘날과 같이 변화시킨 그분의 비전에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과거 소련, 중국, 북한, 쿠바와 같은 동방국가들로부터 지원을 받았지만 세상이 많이 변했다”면서 “‘안녕하십니까’ ‘감사합니다’ 한국어 두 문장을 알고 있는데 ‘김일성 장군’으로부터 배웠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무세베니 대통령은 북한 김일성 주석이 살아 있을 때 세 번 방북한 적이 있다.
양국 정상은 회담에서 우간다 새마을운동의 보급·확산과 양국 농업 발전을 위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구상을 설명하면서 협조를 요청했고,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아울러 투자, 에너지, 자원 등 각종 분야의 양국 간 관심사도 논의됐다. 윤병세·샘 쿠데사 외교부 장관은 두 정상이 지켜보는 가운데 ‘우간다 농가공 전략수립 사업실시를 위한 무상원조 기본약정’에 서명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