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엔 대북 금융 제재 ‘역풍’… 구호단체·유엔기구 자금난 호소

입력 2013-05-30 18:22

미국과 유엔 등 국제사회는 최근 대북 제재의 하나로 북한 외환취급 은행인 조선무역은행에 대한 자금 이체 거래를 중단했다. 지난 7일에는 중국의 4대 은행인 중국은행이 여기에 동참해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국제 금융체계에서 북한을 고립시켜 핵과 미사일 개발에 사용할 자금줄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엉뚱한 곳에서도 문제가 발생했다. 북한으로의 송금이 어렵게 되면서 북한을 인도적으로 지원해 왔던 구호단체들도 활동이 어렵게 된 것이다. 평양에 지국을 두고 있는 AP통신에 따르면 특히 중국은행이 조선무역은행과 거래를 끊으면서 주로 이 은행을 통해 송금받아 온 국제 구호단체와 유엔 산하 기구, 일부 유럽 대사관들이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다.

북한에서 상시로 활동하는 국제 구호단체는 6곳으로 세이브더칠드런(영국)과 세계기아원조(독일) 등 모두 유럽계다. 이들은 아동 급식, 자연재해 방지, 빈곤 퇴치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이들은 23일 대북 송금 제한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는 공동성명을 내기도 했다.

이러한 대북 금융 제재는 동시에 북한 엘리트 계층의 요트와 고급차, 보석 등 사치품 수입을 어렵게 할 것이란 게 대부분의 관측이다. 하지만 북한 특권층의 호사스러운 소비는 별 영향을 받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지난주 평양 시내에 새로 문을 연 6층짜리 해당화서비스복합단지에는 잘 차려입은 북한인들이 이탈리아제 양복과 크리스천디오르 화장품, 다이아몬드와 금 등 보석류를 파는 고급 양품점에서 북적댔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이에 대해 미국 정부는 29일(현지시간) 북한에서 활동하는 국제 구호단체의 어려움을 알고 있으며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젠 사키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인도적 국제 단체의 북한 주민에 대한 구호활동이 어려워진 것과 관련한 대책 등을 묻는 질문에 “실제 그렇다. 우리도 그 점을 알고 있다. 미국도 이를 깊이 우려한다”고 답변했다.

이어 “미국은 국제사회와 협력하고 있으며 북한 정권에도 국제 비정부기구(NGO) 공동체나 국제기구, 유럽 등이 북한에서 수행해 온 중요한 활동을 지속할 수 있게 대체 금융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이들과 긴밀히 협조하라고 권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와 평양 주재 EU 외교관들은 인도적 구호활동에 쓰이는 자금에 한해 대북 송금을 허용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