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경제 양성화 연장선… 탈세찾아 복지재원 마련

입력 2013-05-30 18:14

검찰과 국세청, 관세청, 공정거래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이 작심한 듯 동시다발적으로 대기업 비리를 털고 나선 배경에는 새 정부의 지하경제 양성화 방침이 자리잡고 있다.

정부의 칼날은 일차적으로 불법 비자금 조성과 탈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특히 해외 조세피난처에 사무실도 없는 유령 회사를 세워 과세를 피한 것으로 보이는 혐의자 명단이 국내외 언론에 잇따라 공개되면서 지하경제 양성화를 강조하던 박근혜정부로서는 손놓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지하경제 양성화는 복지재원 마련으로도 직결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때 지하경제 양성화로 5년간 30조원의 자금을 만들어 복지 확충에 나서겠다고 공약했었다. 기업과 부자들이 빼돌린 재산을 찾아내 정당한 세금을 부과하고 이를 국민 복지에 쓰겠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현재 전방위 조사를 통해 이뤄지는 지하경제 양성화의 결말이 경제민주화 등 정부의 다른 경제정책의 성패를 결정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에 소기의 성과를 낸다면 의도와 상관없이 정부가 경제민주화를 추진하는 데 유리한 여건이 조성될 수 있다.

이 때문에 대기업과 재벌 군기잡기용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동안 기업들은 직간접적으로 지하경제 양성화나 경제민주화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피력해 왔다.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 통제, ‘갑의 횡포’로 요약되는 불균형한 대리점 거래의 공정화, 대기업 순환출자 억제 등 경제민주화 관련 과제를 추진하려는 박 대통령으로서는 사사건건 발목을 잡힌다는 생각을 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CJ그룹 등에 대한 고강도 수사는 재계를 긴장하게 만들어 정부 방침을 순순히 따르도록 유도하는 자극제가 될 수 있다.

또한 경제 살리기에 필수적인 기업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한 압박이기도 하다. 정부는 추가경정예산 편성, 기준금리 인하 등으로 경기부양에 필요한 카드를 적극적으로 내놓고 있다. 하지만 경기부양에 가장 효과가 큰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 일자리 창출이 동반되지 않으면 허사가 될 수 있다. 기업의 대규모 투자 발표가 경기회복의 ‘방아쇠’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이명박정부 5년 동안 대기업 위주로 경제 성장의 과실을 챙긴 만큼 이제는 중소기업, 국민에게 열매를 나눠줄 때가 됐다는 시각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부의 지하경제 양성화 작업은 단순한 과세정의 실현을 넘어 재정 마련 등과 직결되는 만큼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