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힘들게 번 돈으로 전관 변호사에 일감 몰아주나”

입력 2013-05-30 18:14 수정 2013-05-30 22:16


정부의 전방위 경제 사정(司正)에 재계는 폭발 직전 상황이다. 경제위기 극복에 함께 나서야 할 정부가 오히려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재계는 경제민주화 관련 법제화가 계속되고 정부가 검찰·국세청 등을 동원해 기업을 계속 압박할 경우 소송 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재계 관계자는 30일 “기업이 힘들게 번 돈이 변호사 주머니로 다 들어가게 생겼다”면서 “정부는 기업들의 ‘일감 몰아주기’는 적극적으로 규제하면서 오히려 전관(前官) 변호사들의 ‘일감 몰아주기’는 조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경제 사정과 경제민주화 법제화 움직임에 가장 이득을 보는 사람은 변호사들”이라며 “율사 출신이 많은 정치권이 소송을 야기하는 환경을 만드는 데 앞장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재계 압박해 변호사만 배불린다”=대표적인 경우가 재벌 오너들에 대한 검찰 수사다. CJ그룹 비자금 의혹에 대한 수사는 검찰과 초호화 변호인단의 한판 승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CJ 변호인단에는 검찰과 법원의 최고위직을 지낸 변호사들뿐만 아니라 많은 전문가들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CJ의 해외 비자금 조성과 역외탈세 의혹을 집중 추궁하고 있어 국제조세 분야 전문가들도 대거 합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법조계와 재계 주변에서는 CJ 변호인단의 수임료 총액이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각종 보수 등을 합치면 수임료가 수백억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실형을 선고받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최태원 SK㈜ 회장도 천문학적인 수임료를 냈지만 재판에서 이기지 못했다”면서 “변호사는 재판에 져도 수임료를 받아 가기 때문에 변호사들에게 대기업 수사는 최고의 수입원”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다 하도급법 개정안과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들이 문제의 해결책으로 손해배상 청구를 제시해 소송이 남발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전방위 사정에 다른 의도 있나” 의혹의 시선=조세피난처를 통해 역외탈세 의혹, 불평등한 갑을 관계 논란 등으로 경제 사정에 우호적인 여건이 형성된 것은 사실이다. 이른바 남양유업 폭언 사건, 라면상무 사건, 빵사장 폭행 사건 등이 줄지어 터지며 정부는 기업을 옥죌 충분한 명분을 확보했다.

이런 상황에서 재계는 권력기관이 총동원되는 이번 경제 사정에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다.

특히 국세청이 정기 세무조사라고 강변하면서 여러 기업들을 동시다발적으로 들여다보는 것은 예사롭지 않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정기 세무조사라고 하더라도 조사 시기가 많이 앞당겨지고 있다”면서 “세무조사의 형식도 통상적인 조사와 달리 어떤 의도를 지닌 기획성 조사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재벌을 혼내는 모습을 취함으로써 경기 침체 장기화로 생활이 더욱 힘들어진 국민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겨주며 서민 지지층을 확대하려는 포석이 깔린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또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 사건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시점에서 정부가 경제 사정을 통해 국면을 전환하려고 시도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검찰과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현 정부의 경제 코드에 맞추기 위해 서로 충성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에 재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경제단체 한 관계자는 “정부의 경제 사정은 잘못된 부분만 도려내야 하는데 지금은 검찰 수사와 국세청 세무조사, 공정위 조사 등이 너무 남발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하윤해 권지혜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