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의 속전속결 배경 아리송… ‘납치문제’ 노출 우려?
입력 2013-05-30 18:11
라오스에서 중국으로 추방됐다 강제 북송된 탈북고아 9명 사건이 메가톤급의 외교적 사안으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들 중 북한에 납치된 일본 여성 마쓰모토 교코(松本京子·65)의 아들이 실제로 포함됐다면 북한과 일본의 해묵은 외교적 갈등이 재점화될 개연성이 크다.
탈북고아 9명 중 한 명인 문철(23)씨의 어머니가 일본인일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는 이들의 북송 사실이 알려진 직후 국내 탈북자단체 사이에서 나돌기 시작했다. 정부는 판단을 유보하고 있다. 사실 여부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러나 북한 당국이 과거와는 달리 극히 이례적이고 조직적으로 개입해 이들을 신속히 북송한 것으로 미뤄볼 때 탈북고아 중 ‘주요 관심대상 인물’이 포함됐을 여지가 크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 27일 라오스 당국으로부터 이들의 신병을 인도받은 직후 항공편을 이용해 중국 쿤밍으로 이동했고, 다시 베이징으로 향했다. 다음날인 28일에는 고려항공을 통해 북한으로 이송했다. 24시간 만에 첩보전처럼 이뤄진 이송작전은 유례가 없는 것으로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이 때문에 북한으로선 우리 정부와 일본에 알려져선 안 될 ‘문제’를 피하기 위해 재빨리 행동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북·일간 납치자 문제는 그동안 양측의 수교 협상에서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해 왔던 사안이다. 2002년 북한과 일본은 정상회담에서 평양공동선언을 채택했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처음으로 일본인 납치 사실을 인정하면서 오히려 양측 관계는 악화됐다. 2004년 북한은 일부 납북 일본인을 돌려보냈지만, 사망한 요코다 메구미의 유골을 일본 정부가 가짜로 판정하면서 일본의 반북감정은 다시 격화됐다.
북송된 문씨의 신원에 대한 증언은 엇갈린다. 문씨 지인으로 알려진 탈북자 A씨는 30일 “문철의 어머니가 일본인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문씨는 라오스 당국에 억류된 이후 이민국 조사에서 자신의 어머니가 일본인이라고 밝혔을 가능성이 있다. 당시 이민국 조사에는 북측 요원이 참여했다. A씨는 “우리 정보당국 관계자와 라오스 주재 한국 대사관 직원으로부터 문철의 어머니가 일본인인지 확인하는 전화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문씨를 잘 안다는 한 선교사는 “문씨가 일본인 납북자의 아들이라면 그가 중국에서 몇 년동안 떠돌도록 북측이 놔두지 않았을 것”이라며 “문씨를 1년간 데리고 있던 다른 선교사도 그가 일본인 아들이라고 한 말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북한 당국이 납북자 자녀 등 요주의 대상이 꽃제비 생활을 하도록 방치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