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안일함이 낳은 참사”… 우리정부 외교력 다시 도마에
입력 2013-05-30 18:11
탈북 고아 9명이 강제로 북송됨에 따라 우리 정부의 ‘어설픈’ 외교력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안이한 상황 판단으로 탈북 고아들의 북송을 막지 못했을 뿐 아니라 이후 라오스로부터 향후 탈북자 문제와 관련한 협조도 얻어내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일단 우리 정부는 라오스의 탈북자 억류 사실을 알고도 18일간 영사 면담을 성사시키지 못해 결과적으로 강제 북송의 원인을 제공했다. 탈북 고아들을 인솔했던 주모 선교사는 언론과의 접촉에서 “라오스 경찰에 체포되고 나서 우리 대사관에 전화했더니 그냥 ‘기다려라. 10∼15일이면 대사관에 들어올 수 있다’고 대답하며 안심시키더라”고 밝혔다.
하지만 우리 공관은 단 한 차례도 면담을 하지 못하다가 갑자기 북송 통보를 받았다. 우리 정부는 “라오스 측에 면담을 요청했지만 그쪽에서 거부해 이뤄지지 못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면담 성사도 외교력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여기에 라오스 현지 공관이 탈북자 일행의 긴급구조 요청을 최소한 4차례 이상 받고도 이를 묵살했다는 주장도 일각에서 나온다.
사후 대처도 엉망이다. 30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라오스는 외교부장관 특사 자격으로 방문한 이정관 재외동포영사대사에게 “라오스 법률에 따르면 모든 불법 입국자는 국적을 불문하고 소속 국가와 협의해 그 국가로 송환하게 돼 있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라오스는 자국 내 고위급 회의에서 ‘그간의 불법 입·출국 용이국, 인신매매 경유국 등과 같은 국제적인 오명을 불식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결정했다’며 이 내용을 우리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도 탈북자 문제에 대해 원칙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물론, 탈북자가 적발되면 북한으로 송환하겠다는 의미다.
또 라오스 측은 우리 정부의 강한 유감 표명에 “북한이 일찍 이 사건을 인지하고 신병인도를 강하게 요구해 거부하기 어려웠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후문이다. 사실상 우리 외교가 북한 외교에 완패한 셈이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우리는 평소처럼 최선을 다했지만 라오스 내부 문제로 전격적으로 북송이 이뤄졌다”며 억울해하는 분위기다. 라오스가 인신매매가 이뤄지고 불법 출입국이 쉬운 국가라는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해 이번에 탈북 고아들을 북한에 넘겨줬다는 항변이다.
그러나 국내 탈북단체들은 이번 탈북고아 북송이 외교부의 안일함이 낳은 참사라고 한목소리로 성토하고 있다. 기독교사회책임 김규호 목사는 “보통 탈북 단체들은 라오스 등에 있는 한국 대사관을 믿지 않는다”며 “대사관 측이 (탈북자에 대해) 귀찮아할 때가 많다”고 주장했다.
한 탈북단체 관계자는 “5년 전 동남아시아의 한 한국 대사는 탈북자가 전화해 구해달라고 하자 ‘내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았느냐’며 전화를 끊기도 했었다”고 전했다.
여야도 정부를 강력 비판했다. 새누리당 민현주 대변인은 “우리 측 관계자의 잘못이 드러나면 엄중히 문책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으며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은 “라오스 주재 한국대사관과 우리 외교부가 부실하게 대처하고 무능을 보여주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모규엽 신상목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