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교감 엉터리 학위에 눈감은 당국

입력 2013-05-30 18:09 수정 2013-05-31 00:42


부당 취득한 학위로 교장·교감으로 승진한 교육공무원들이 감사원 감사에서 대거 적발됐지만 3개월째 적절한 징계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교육청은 교육부로, 교육부는 학위를 발급한 대학에 책임을 떠넘기며 징계에 미온적이다. 교육계의 고질적인 온정주의와 제식구 감싸기가 발동한 것이다. 이를 두고 교장·교감은 감사원 감사에도 끄떡없는 ‘철밥통’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30일 교육부·서울시교육청·경기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감사원이 지난 3월 적발한 부당 학위취득 교육공무원들에 대한 징계 절차는 사실상 실종됐다. 당시 감사원은 교장·교감 등 교육공무원 181명이 충남 소재 A대학에서 교육학 석사학위를 취득했고 그중 34명은 이 학위를 연구실적 가산점으로 인정받아 교장·교감으로 승진했다. 이들은 서울역 내 음식점에서 수업하고 매주 6시간 과정을 격주 2~3시간으로 단축하는 등 날림 수업을 받고도 학위를 취득했다고 감사원은 설명했다.

원칙대로라면 부당 학위를 취득한 교원은 상응하는 징계를 받아야 하고 교장·교감으로 승진했다면 강등돼야 한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교원 징계권을 가진 교육청들은 교육부 조치가 먼저라는 입장이다. 교육부가 부당 학위임을 입증해 해당 학위를 취소해야 징계가 시작된다는 설명이다. 151명으로 가장 많은 인원이 적발된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그분들(교장·교감) 입장에서는 교육부에서 인가한 대학을 다녔고 그 대학에서 주는 학위를 받았을 뿐”이라고 두둔했다. 18명이 적발된 서울시교육청 입장도 비슷하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장 임용권은 교육부가 가지고 있으므로 교육부 결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교육부는 A대학의 결정을 바라보고 있다. 학위 취소는 대학 권한으로 교육부가 직권으로 취소할 수 있는지 법률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약 2주 전쯤 해당 대학에 부당학위 취소 시정명령을 내렸다. 지금 대학 측의 조치를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A대학 관계자는 “교육부로부터 어떠한 지시를 받은 바 없다. 부당학위 취득자로 지목된 사람이 누군지 명단도 넘어오지 않아 어떠한 검토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부인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해당 대학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 시정명령이 이행되지 않으면 대학 폐쇄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실제 이들 181명에 대한 징계가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A대학이 교육부 등의 압박으로 학위를 취소하더라도 징계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한 교육청 관계자는 “학위 취소와 관련해 징계 대상자와 학교 측이 법적 다툼을 벌일 것이다. 교육청도 나서기가 참 부담스럽다. 섣불리 징계했다가 끝없는 법적 공방에 휘말릴 수 있다”면서 “교육부도 부실 대학을 인가해준 ‘원죄’가 있어 적극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