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CJ 차명의심 계좌 수백개 집중 추적
입력 2013-05-30 18:01 수정 2013-05-30 22:08
CJ그룹 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우리은행 등에서 CJ 차명계좌 수백개가 만들어진 것으로 파악하고 집중 추적에 나섰다. 검찰은 금융기관들이 CJ 측의 차명계좌 관리 사실을 인지하고도 묵인 내지 동조한 정황도 포착했다. CJ그룹 수사 불똥이 금융권으로 튀는 양상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윤대진)는 CJ그룹 측의 차명 의심 계좌가 개설된 시중은행과 증권사 여러 곳에 대해 금융감독원에 특별검사를 의뢰했다고 30일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금융기관들이 CJ그룹에 대해 다수의 차명계좌를 개설, 관리할 수 있도록 해줬다면 사안이 중대하다”고 말했다.
검찰이 특별검사를 의뢰한 금융기관은 CJ그룹 주거래 은행인 우리은행을 포함해 국내 은행과 증권사 4∼5곳으로 알려졌다. 특히 CJ 본사 3층에 입주해 있는 우리은행 CJ센터지점 남산출장소에서 차명계좌 상당수가 만들어졌으며, 이 중 일부는 도명계좌(명의자 동의 없이 개설된 계좌)인 것으로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남산출장소 직원들을 최근 소환해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우리은행에 대해 다음주부터 특별검사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CJ그룹 이재현 회장이 비서실 소속 ‘관재팀’을 통해 임직원 등 명의로 차명계좌를 지속적으로 관리·운용했다는 진술을 이미 확보했다. 관재팀은 회사에 대한 충성도가 높거나 ‘잘나가는’ 부장급 직원을 선별한 뒤 이름을 빌려 차명계좌를 만들고, 퇴직 등의 사유로 차명계좌를 더 이상 유지할 수 없을 때는 해당 계좌를 정리하고 돈을 다른 차명계좌로 옮기는 수법을 써온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 등도 이런 사정을 알았지만 CJ그룹과의 관계를 고려해 편의를 봐줬을 거라는 게 검찰 판단이다.
앞서 2008년 ‘삼성 비자금 의혹’ 특검 때도 10개 금융회사가 금융실명제법을 위반한 사실이 드러나 임직원 256명이 정직 등 처분을 받았다. 우리은행도 당시 기관주의 조처를 받았다.
검찰은 차명 의심 계좌 중 상당 부분은 2008년 CJ그룹이 국세청에 세금 1700억원을 납부할 때 정리했다는 차명계좌와는 별개인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지호일 이경원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