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만 되면 뻐끔뻐끔… 반쪽짜리 금연구역

입력 2013-05-30 18:01


서울시는 2011년 시내 광장과 공원, 중앙차로 버스정류장 등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했다. 세계 금연의 날(5월 31일)을 앞두고 29일 둘러본 금연구역 10여곳에선 여전히 담배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특히 단속이 느슨한 야간에 흡연자가 많았다.

서울 서교동 홍익어린이공원에서는 오후 8시쯤 20대 연인이 나란히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공원 입구에 ‘금연구역’ 현수막이 걸려 있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바로 옆 가로등 아래에서 술판을 벌이던 10대 5명도 줄담배를 피웠다. 공원 바닥 곳곳에 꽁초 20여개가 널려 있었다. 40여분 지켜보는 동안 담배를 피우며 공원을 지나간 사람은 30명에 달했다. 단속요원은 보이지 않았다.

강남대로도 마찬가지였다. 오전 11시30분쯤 강남역 12번 출구 앞에서 40대 남성이 담배를 피웠다. 이곳은 지난해 6월 금연구역으로 지정됐다. 이 남성 옆에는 금연거리 시작 지점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있었다. 오후 10시쯤 신논현역 부근 버스정류장에서 회사원 성모(30)씨가 담배에 불을 붙였다. 버스를 타려던 20대 여성 2명이 담배 냄새를 맡고 불쾌한 듯 돌아봤다.

역시 이곳에서 담배를 꺼내 문 대학생 김모(23)씨에게 “금연 구역인 줄 몰랐느냐”고 묻자 “알았더라도 한 대쯤 피울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더니 “단속하는 사람도 없는데 어떠냐”며 담배를 계속 피웠다. 정류장 바닥과 화단에는 꽁초 100여개가 떨어져 있었다. 환경미화원 김모(60)씨는 “낮에는 눈치가 보여 담배 피우는 사람이 많지 않지만 밤이 되면 거리낌 없이 흡연하는 사람이 굉장히 많다. 유동인구가 많아서 사실상 통제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강남대로와 코엑스 일대 등 강남지역 금연구역을 단속하는 직원은 4명뿐이다.

여의도 공원에서 담배 피우는 시민도 많았다. 오후 9시쯤 한 버스기사가 공원 화장실에서부터 담배를 피우며 걸어 나오더니 공원을 가로질러 여의도환승센터에 세워져 있던 버스에 올랐다. 서울시는 올 1∼4월 금연구역 흡연자 673명을 적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단속된 283명보다 배 이상 늘었다. 서울시 금연구역 단속인원은 20명이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는 웹사이트에 게재한 성명에서 “담배업체의 광고·판촉·협찬을 금지하는 조치는 담배 소비를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이미 금지를 한 국가들에서 담배 소비가 평균 7% 낮아졌다”고 밝혔다. 마거릿 찬 WHO 사무총장은 “담배 때문에 세계에서 매년 약 600만명이 숨진다”며 “선물 증정과 방송 간접광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등 모든 마케팅 기법을 전면 금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용상 전수민 황인호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