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저항가수’ 양병집 8년 만에 새 음반 발표
입력 2013-05-30 17:39
“제 음악을 총정리하는 자서전 같은 앨범”
가수 양병집(62)은 김민기(62) 한대수(65)와 함께 1970년대를 대표하는 ‘3대 저항가수’로 통한다. 하지만 양병집은 이런 평가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는 지난해 11월 발간된 자서전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에서 자신을 ‘저항가수’가 아닌 ‘60년간 이리저리 헤매고 다닌 반항가수’라고 규정했다.
“물론 나를 (저항가수라고) 그렇게 불러주고 대접해주는 건 고마운 일이고 나 역시 조용히 있으면 무탈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함으로써 한국 가요계에 있지도 않았던 저항의 역사가 만들어지고 왜곡된 진실이 후세로 전해진다면 그 또한 양심에 부끄러운 일 아닐까.”(250쪽)
자신은 저항의 의도 없이 세상을 있는 그대로 노래했을 뿐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양병집을 ‘저항가수’로 규정하고 그의 음반에서 짙은 사회성을 발견한다. 발표 3개월 만에 판매 금지 처분을 받은 1집 ‘넋두리’(1974)는 약 40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시대의 명반으로 회자된다.
지난 29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사옥에서 양병집을 만났다. 그는 최근 정규 8집 ‘에고&로고스(Ego&Logos)’를 발표했다. 7집 ‘페이드 어웨이(Fade Away)’ 이후 8년 만에 선보인 신보다.
“지난해에 제가 자서전을 냈잖아요? 책을 통해 저라는 사람이 누군지 충분히 드러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아직 음악은 그러질 못했거든요. 자서전처럼 제 음악을 총정리하는 앨범을 내고 싶었어요.”
앨범엔 신곡 ‘이제는 안녕’ ‘그 사람’을 포함해 과거 발표한 곡을 재편곡해 다시 부른 ‘에고와 로고스’ ‘이대 앞길’ ‘타복(박)네’ 등 총 11곡이 담겼다. 양병집은 “이제야 음반다운 음반을 발표하게 된 것 같다”며 흐뭇해했다. “수록곡 중 신곡이 별로 없긴 하지만 만족스러워요. 과거엔 준비가 안 된 상황에서 설익은 목소리로 녹음한 곡이 많았거든요. 하지만 이젠 저의 감정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는 감각이 어느 정도 생겼어요. 나의 ‘소리’를 이제야 정리하게 된 것 같아요.”
양병집은 누구보다 굴곡진 삶을 살아온 인물이다. 가수 활동에 제약을 받자 1980년대엔 서울 이화여대 인근에서 ‘모노’라는 음악 카페를 운영했다. 하지만 특별한 이유 없이 카페엔 경찰이 들이닥치는 일이 반복됐고, 가게는 경영난을 겪었다. 결국 그는 86년 호주로 이민을 떠났다. 호주에서 그는 자동차 딜러로도 일했고 음식점도 운영했지만, 99년 다시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저의 정체성을 찾고 싶다는 생각에 한국행을 결심했죠. 전 한국인이니까. 물론 호주 현지에서도 음악인들과 밴드를 하긴 했어요. 하지만 만족스럽지 않더라고요.”
이후 그는 신인 가수를 발굴하고 서울 이태원 등에서 버스킹(거리 공연)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가 꿈꾸는 자신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제가 그동안 주로 번안곡을 많이 불렀잖아요? 요즘 피아노를 조금씩 다시 배우고 있는데, 언젠가는 제가 만든 노래로 채운 앨범을 세상에 내놓고 싶어요.”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