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김희성] 키우는 사람의 도리
입력 2013-05-30 19:08
2주 전, 개에게 쫓기는 고양이 한 마리를 구했다. 누군가에게 버려졌거나 길을 잃은 집고양이였다. 구조된 지 한 시간 만에 입양자가 나섰다. 녀석을 키우기로 한 친구의 집으로 가는 길에 동물병원에 들렀다. 그 집에 이미 세 마리의 고양이가 있기 때문에 전염병 등 질병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다음 날 최악의 결과가 나왔다. 범백혈구감소증이라는 전염병의 양성반응. 데려올 수도, 그 집에 둘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남은 길은 안락사될 것을 알지만 유기동물로 신고하는 것. 잔인하지만 친구에게 보내자고 했다. 잠시 후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한 번 거뒀으면 내 책임이니 끝까지 최선을 다해 보자고 했다. 고맙고 부끄러웠다. 사실 내 속 편하자고 전염병임에도 불구하고 다시 버릴까도 생각했었다.
좋은 마음 먹고 나니 좋은 일이 생긴다고, 동물병원에서 녀석이 나을 때까지 돌봐주기로 했다. 선생님은 수시로 치료 상황에 대해 전화로 알려주셨고 제집처럼 편안히 쉬고 있는 녀석의 사진까지 보내주셨다. 그렇게 살뜰히 치료한 덕에 녀석은 무사히 병을 이기고 며칠 전 퇴원했다.
그리고 어제, 순천의 한 고등학교 학생들이 봉사활동 중에 벌인 패륜행각으로 강제전학 처분을 받았다는 기사를 봤다. 3일 내에 전학가지 않을 시에는 퇴학이라는데 그들을 받아줄 학교가 없을 것으로 보여 사실상 퇴학 조치인 셈이다. 학교 측이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체 학생들을 위해서 학생을 버린다는 이 기괴한 처분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다른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칠까봐 격리를 시키는 것은 좋다. 그런데 적어도 배움의 틀 안에는 두어야 하지 않나? 마음이 죽어가는 아이들을 인솔 교사도 없이 방치했다가 생긴 일이다. 도마뱀 꼬리 자르듯 잘라내면 떨어져 나간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펄떡대다 썩어버리는 것뿐이다.
“보호자가 포기하지 않으면 동물도 힘을 냅니다. 이렇게 치사율 90%의 병도 이겨낼 수 있습니다. 그러니 포기하지 않는 것. 그것이 키우는 사람의 의무이자 도리입니다.” 수의사 선생님의 말이다. 하물며 사람이다. 가르쳐서 키우는 것이 교육이라면 포기하지 않는 것이 교육자의 책무이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음으로 한 명이라도 온전하게 고칠 수 있다면 나머지 아이들에게도 그보다 좋은 가르침은 없을 것이다. 버리기는 쉽다. 그러나 버려서 얻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상처뿐이다. 꼬리를 잘라낸 도마뱀 몸통에서는 정상적인 꼬리가 자라지 못한다. 학교도 그렇다.
김희성(일본어 통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