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이 된 두 캐릭터 이유없는 대치… 그림책 ‘워털루와 트라팔가르’
입력 2013-05-30 17:40
프랑스와 유럽 국가의 유명한 전투 이름을 딴 두 캐릭터 간의 이야기. 글자 하나 없이 순전히 이미지만으로 이뤄진 이 그림책 ‘워털루와 트라팔가르’(미메시스)는 그래서 전쟁 이야기로 읽힌다. 특히 비무장지대의 대치 상태인 한국 독자에게는 더욱 그럴 것이다.
각각 빨간 옷과 파란 옷의 두 병사, 이들은 왜 대립하고 있는지 모른 채 서로를 감시한다. 옆에 총을 세운 채. 그렇게 계절이 바뀌어가는 가운데 단조로운 감시의 현실은 이어지는데…. 어느 날 오렌지색 달팽이와 파란 새가 차례차례 찾아오고 둘 사이에 새로운 국면이 이어진다.
압권은 마지막이다. 그들은 함께 길을 걸을 수 있는 트랙의 양편에서 서로 대치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유도 모른 채 서로 적이 되기를 강요당하는 현실에 대한 슬픈 풍자. 전쟁 같은 일상을 담은 듯해 프랑스 그림책 작가 올리비에 탈레크의 이 작품은 어른을 위한 그림책으로 더 어울릴듯하다.
손영옥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