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극우집단 ‘재특회’를 추적한다

입력 2013-05-30 17:45 수정 2013-05-30 22:10


거리로 나온 넷우익/야스다 고이치/후마니타스

‘재특회(재일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모임)’를 알 것이다. 지난해 2월 독도 발언을 문제 삼아 일본의 한 화장품 모델로 선정된 한류 연예인 김태희 퇴출시위를 벌인 단체다. 이들은 2009년 12월에는 공원 불법 점거에 항의한다는 명목으로 조선 제1초급학교에 난입하기도 했다.

현재 1만3000여명의 회원을 거느린 일본의 반한 넷우익(인터넷에서 우익적 활동을 하는 사람들)인 재특회는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과거 식민지배와 침략 등의 범죄적 과거사를 좀체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존 우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이 기존 우익과 차별화되는 점이라면 인종차별주의 집단이라는 사실이다. “바퀴벌레 조선인” “짱개를 내쫓아라” 등 모욕적인 구호를 외치는 것은 그 전형이다. 국가적 대의를 내세우면서도 표적인 ‘재일 코리안’이나 ‘짱개’를 향한다. 저자 야스다 고이치는 재특회 회원들이 누구인지, 무슨 생각을 하고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그들의 뿌리와 한계는 무엇인지를 추적한다.

재특회의 탄생에는 인터넷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한 번 클릭하는 것만으로 쉽게 가입할 수 있고, 자신의 활동을 영상으로 만들어 실시간 게시판으로 올리고, 온라인을 통해 집회를 조직하는 이점을 살려 2000년대 들어 빠르게 세를 불렸다. 이들의 활동은 여러모로 국내 극우 성향 인터넷 사이트 ‘일간 베스트 저장소(일베)’를 연상시킨다.

책이 갖는 힘은 그들이 왜 여기에 열광하는지에 대한 통찰에 있다. 저자는 재특회 회원 한 명 한 명을 만나면서 사회로부터 거절당한 경험이 있거나 주위 사람들로부터 이해받지도 공감을 얻지도 못한 이들의 무력감을 읽어낸다. 재특회 활동이 참여자들로 하여금 생의 열정과 자신감을 느끼게 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그들은 현실 속 불만을 전가할 대상으로 한국인과 중국인을 지목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스스로를 “행동하는 보수”라고 칭하지만 그들 속에서 확인한 애국심은 ‘외로운 사람들의 마지막 피난처’와 마찬가지였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재특회를 이해하기 위해 1년 반 동안 각종 집회 현장을 쫓아다니고 그들의 일상을 들여다봤다. 때론 다투거나 조언을 건네기도 할 만큼 그들 속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그동안 일본 주류 언론은 재특회를 외면해왔다. 저자는 그러나 재특회에 대한 관심을 촉구한다. 재특회 회원들이 재일 코리안의 일상생활을 위협하는 가해자인 동시에 사회적 약자의 정체성을 갖고 있어서다. 이는 재특회 현상이 단순히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든 전 사회로 확산될 수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우리 역시 동남아 이주노동자를 차별적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았는지 되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 한국 사회에 시사하는 바도 크다. 저자는 이 책으로 2012년 일본저널리스트회의상과 고단샤 논픽션상을 받았다. 김현욱 옮김.

손영옥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