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하고도 극단적인 아름다움… 인간 존재의 좌절과 몰락, 부조리 그려”

입력 2013-05-30 17:52


배수아 인터뷰

“2012년 봄, 독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이란의 작가 사데크 헤다야트의 소설 ‘눈먼 부엉이’를 읽게 되었지요. 물론 이 소설의 원문은 페르시아어이며 내가 읽은 것은 독일어 번역본이었어요. 비행기 안에서, 권태로워 미칠 것 같은 표정의 사람들로 빽빽한 이코노미석의 가장 뒷좌석에서, 나는 홀로 미친 듯한 격함에 사로잡혔어요. ‘왜 나는 당신을 이제야 발견한 걸까’라는 절박과 환희의 질문은 종종 사람이 아니라 책을 향해 토해지기도 하지요.”

소설가 배수아(48·사진)는 독일어판 ‘눈먼 부엉이’를 우리말로 옮기게 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독일 친구가 읽어보라고 권해준 작품이었다. “몇 쪽을 넘기자마자 잔혹하고도 극단적인 아름다움이랄까, 문학이 추구해야 할 또 다른 지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그는 헤다야트에 대해 “1930∼40년대 팔레비 왕조의 독재 치하에 있던 이란의 현실과 너무도 불화했던 헤다야트는 환상과 초현실주의를 통해 이성이나 사회 제도에 편입될 수밖에 없는 자신을 스스로 해방시키고자 했던 작가”라고 소개했다. 이어 “문학의 본질은 어떤 해결책이나 문제제기에 있는 게 아니라 궁극적으로 환상 바깥쪽의 아름다움으로 인간 존재를 상승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헤다야트에겐 독특한 문체가 있어요. 반복되는 서술로 자신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토로하고 있는 게 그것이지요. 당시 이란에선 출판물에 대한 엄격한 검열로 인해 많은 작가들이 펜을 놓거나 침묵 속에 빠져들었는데 그는 이 같은 반복적인 서술을 통해 인간 존재의 좌절과 몰락, 그리고 부조리를 그려나갔던 것이죠.”

정철훈 문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