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탈북고아 9명 이송 전광석화… “우리 정부, 초기대응·사후대처 안이”
입력 2013-05-29 22:28
라오스에서 중국으로 추방된 탈북 고아 9명의 북한 송환은 과거와 달리 첩보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빨리 이뤄졌다. 특히 이들 북송이 항공편을 이용해 이뤄졌고, 만 하루 만에 완료된 것도 극히 이례적이다. 반면 우리 정부는 초기 대응은 물론 사후 대처까지 너무 안이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첩보전 같은 북송 과정=지난 27일 오후 라오스 당국으로부터 탈북 고아들을 넘겨받는 북한 요원들은 수도 비엔티안을 떠나 중국 쿤밍을 거쳐 당일 밤 11시 베이징에 도착했다. 평양으로 이송된 것은 다음날인 28일이었다. 북한 요원과 탈북 고아들은 비엔티안∼쿤밍∼베이징∼평양까지 모두 항공편을 이용했다. 만 24시간 안에 라오스에서 평양까지 전광석화처럼 이송이 이뤄졌다.
그동안 탈북자들은 중국 이외의 동남아 국가에서 붙잡히더라도 중국으로 단순 추방되거나 한국 대사관에 넘겨졌다. 이번처럼 북한 공관에 넘겨진 것이 확인된 적은 없었다. 결국 동남아 국가 위주로 탈북자 전담 체포조가 이번에 깊숙이 개입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라오스 당국은 우리 측에 신병인도 의사를 밝혔지만 이를 미뤘고, 이 과정에서 북한 요원들의 직접 개입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이나 여행증명서 없이 탈북했던 이들이 중국으로 추방되는 과정에선 모두 적법하게 발급받은 여행증명서를 가지고 있었던 점도 북한대사관의 조직적인 개입이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정부 적절히 대응했나=라오스 주재 한국대사관의 대응은 달랐다. 현지 대사관은 탈북 고아들의 억류 사실을 알게 된 이후 이들의 면담 및 신병인도 요청을 했으나 억류기간 내내 면담은 한 차례도 이뤄지지 못했다. 상황을 너무 낙관적으로, 또 안이하게 생각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또 북송이 이뤄진 사실도 제대로 파악 못한 채 하루가 지난 다음에야 북송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이들의 탈북을 돕던 A씨는 29일 “라오스 경찰에 체포된 다음 우리 대사관에 전화했더니 ‘기다려라. 10∼15일이면 대사관에 들어올 수 있다’고 안심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20일 이민국 조사관 2명이 탈북 고아들을 조사했는데 그중 한 명이 북한 말을 아주 잘하고 북한 정세를 아주 잘 알았다”며 “지금 생각해보니 그 사람이 북한대사관 직원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라오스 당국과 북한대사관이 치밀하게 준비해 우리 대사관 직원들이 면담을 못하고 돌아간 직후 탈북 고아들을 끌어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