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FC ‘불가능을 두려워하지 않는’ 女선장 맞았다

입력 2013-05-29 19:41

국내 프로축구단 최초 여성 대표이사에 선출된 임은주 교수

“300만 강원도민의 대화합이라는 창단 이념을 바탕으로 도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구단으로 거듭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임은주(47) 을지대학교 여가디자인학과 교수가 29일 강원도 춘천에서 열린 프로축구 강원FC 이사회에서 대표이사로 선출됐다. 임 신임대표는 한국 여자 최초 국제축구연맹(FIFA) 국제 심판, K리그 최초 여성 전임심판, FIFA 주관 대회 사상 최초 첫 여성 주심, 아시아 여성 최초 FIFA 심판강사까지 항상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인물이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프로축구 30년 역사에서 처음으로 프로축구단의 여성 대표이사에 오르면서 ‘최초’라는 수식어를 하나 더 추가했다.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여자 축구대표팀 1세대로 태극마크를 달았던 임 대표이사는 94년부터 심판으로 변신했다. 88년에는 한국 여성 최초로 FIFA 공인 국제심판이 되는 영광을 안았다.

그는 99년 미국 여자월드컵에서 첫 아시아 출신 주심으로 경기를 이끌었고, 그해 K리그 전임심판으로 임명돼 여성 심판으로는 처음으로 K리그 주심을 맡기도 했다. 임 대표이사는 2001년 트리니다드 토바고에서 치러진 FIFA U-17 축구선수권대회에서 FIFA 주관 남자 세계 대회 사상 첫 여성 주심으로 활약하는 기록을 남겼다. 2005년 말부터는 축구 행정가로 변신했다.

임 대표이사는 2011년 을지대학교 여가디자인학과 교수로 임용되면서 후배 양성의 길을 택했다. 하지만 축구에 대한 열정은 조금도 식지 않았고, 2011년 7월 강원FC의 구단주인 최문순 강원도지사의 지원 속에 처음 대표이사직에 도전했다. 그러나 이사들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지역 연고가 없는 데다 여성 대표이사에 대한 거부감 그리고 구단 재정 확보에 대한 불투명함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임 대표이사는 실망하지 않고 구단의 이사로서 꾸준히 구단 행정에 힘을 보탠 끝에 마침내 2년 만에 뜻을 이루게 됐다.

‘불가능을 두려워했으면 시작도 하지 않았다’는 좌우명을 가지고 있는 임 대표이사는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아 책임감이 무겁다”며 “강원도민과 나르샤(강원FC 서포터스) 등 강원FC의 발전을 위해 그간 노고를 아끼지 않는 각계각층과 소통하면서 앞으로 구단을 이끌어나가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강원FC는 현재 1승5무7패(승점 8)로 12위에 머물러 있다. 부진한 성적에 대해 임 대표이사는 “결과에 실망하지 않고 K리그 우승과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도전을 바라보도록 선수단과 코치진, 사무국 모두에게 분명히 목표를 인식시켜 줄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