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나미 ‘153볼펜’ 출시 50주년… 36억개 팔렸다

입력 2013-05-29 18:55


우리나라 최초의 볼펜인 모나미 ‘153볼펜’이 올해로 출시 반세기를 맞았다.

모나미는 지난 1963년 5월 153볼펜을 처음 출시해 매월 300만 자루 이상을 판매, 현재까지 36억 자루가 팔렸다고 29일 밝혔다.

153볼펜의 길이는 13.5㎝로 36억 자루를 일렬로 늘어놓으면 총길이 48만6000㎞에 달한다. 이는 지구 12바퀴를 도는 것과 맞먹는다.

153볼펜은 우연한 기회에 만들어졌다. 창업자인 송삼석 회장이 62년 서울 경복궁에서 열린 국제산업박람회에 참석했다가 일본 문구업체인 우치다 요코 직원이 사용하는 펜을 보고 제작을 결심했다. 당시 한국은 펜촉에 잉크를 찍어 쓰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송 회장은 우치다 요코의 볼펜 제조사인 ‘오토볼펜주식회사’를 방문해 기술을 전수받았고 1년간의 노력 끝에 국내 최초로 잉크를 담은 볼펜을 완성했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그가 153볼펜이란 이름을 붙인 데는 중요한 뜻이 내포돼 있다.

송 회장은 요한복음 21장 6∼11절 내용에서 영감을 얻었다. 물고기를 잡지 못하고 있던 베드로 등 제자들이 예수의 말씀대로 배 오른편 깊은 곳에 그물을 던져 153마리를 잡았다는 내용이다. 자신의 생각과 고집을 버리고 말씀에 순종하면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성경 내용을 경영 철학으로 삼은 것이다. 송 회장은 현재 정동 제일 감리교회에 출석하고 있다.

어려움도 많았다. 출시 초기엔 유성잉크가 새어 나와 와이셔츠 값을 변상해 주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 또 만년필 타입의 필기구 사용이 익숙한 탓에 사람들의 반응도 냉랭했다. 그러나 모나미는 제품의 미흡한 부분을 수차례 연구·보완하면서 부정적인 이미지를 불식시켰다. 모나미 153펜은 현재까지 동일한 디자인을 유지하고 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