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 수출에 영향 없었나… 경상수지 15개월 연속 흑자
입력 2013-05-29 18:40
일본 정부의 과격한 엔저 정책이 아직까지는 우리 수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수출은 엔저에도 불구하고 호조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시차를 두고 한국 수출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39억7220만 달러로 집계됐다고 29일 밝혔다. 흑자규모는 전월(49억2720만 달러)보다 다소 줄었지만 전년 동월(17억3400만 달러)보다는 대폭 늘었다.
15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오는 동력은 꾸준한 수출에 있다. 지난달 상품 수출액은 475억5600만 달러로 전년 동월(458억2030만 달러)보다 3.8% 증가했다. 수출이 호조세를 띠었던 2011년 4월(477억6390만 달러)과 비슷한 수준이다.
특히 정보통신기기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무려 29.2%나 늘었다. 전통적 강세 품목인 반도체도 같은 기간 12.8% 증가했다. 다만 지독한 침체를 겪고 있는 선박은 전년 동월보다 45.9%나 줄었다.
서비스수지도 지적재산권 사용료와 사업서비스수지가 개선되면서 흑자규모가 지난해 4월 5억4900만 달러 흑자에서 지난달 14억5000만 달러로 확대됐다.
극심한 엔저에도 수출이 타격을 입지 않는 것은 우리 수출 구조가 환율 변화에 민감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일본종합연구소 마츠무라 히데키 상석주임연구원은 “한국이 일본보다 수입유발계수가 2배 높아 환율에 따른 영향력이 크지 않다”며 “엔저로 일본 상품의 경쟁력이 오를 때까지 한국 수출에는 영향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수입유발계수란 수출 상품을 생산했을 때 다른 산업에 직·간접적으로 발생하는 수입액의 단위를 말한다. 엔저로 우리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이 하락하더라도 우리나라가 일본에서 수입하는 원자재가 많아 싼 값에 원자재를 구입하면서 수출품 가격을 낮추는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엔저로 일본 수출 경쟁력이 본격적으로 높아지는 하반기에 들어서면 자동차 등에서 우리 수출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