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아웃] 제주에 축구열기 심는 ‘스포테인먼트’
입력 2013-05-29 18:42
지난 26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제주 유나이티드와 FC 서울의 경기에선 보기 드문 명승부가 펼쳐졌다. 결과는 4대 4 무승부. 한국 프로축구 역사상 9번째 나온 희귀한 스코어였다. 후반 추가시간에 한 골씩 주고받는 혈투를 벌인 선수들보다 더 눈길을 끈 사람이 있었다. 바로 박경훈(52) 제주 감독이었다.
박 감독은 이날 전투복 차림에 지휘봉을 들고 ‘탐라대첩’ 분위기를 띄웠다. 1만8751명(시즌 최다)의 홈팬들은 경기장을 찾아 축구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비록 제주는 승리를 낚진 못했지만 대신 더 소중한 팬들의 사랑을 얻었다.
박 감독은 ‘서울 징크스(정규리그 19경기 무승)’를 깨지 못해 마음이 쓰렸겠지만 예정돼 있던 팬들과 40여 분간 프리허그를 진행했다.
제주는 대표적인 축구 불모지로 통한다. 연고 팀이 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도 제주월드컵경기장은 썰렁할 때가 많았다.
그런 제주가 달라지고 있다. 제주는 구단 프런트와 선수단이 한마음으로 ‘스포테인먼트(Sports+Entertainment)’를 주창해 이번 시즌 6번의 홈경기에서 평균 1만843명의 팬을 불러 모았다. 지난해 평균 6538명에 비해 65.8%나 늘어난 수치다. 제주는 6승5무2패(승점 23)로 현재 4위를 달리고 있다.
지도자의 ‘스포테인먼트’ 원조는 프로야구 SK의 이만수(55) 감독이다. 이 감독은 2007년 4월 수석코치 시절 “홈 10경기 안에 문학구장에 만원 관중이 들어오면 속옷만 입고 그라운드를 한 바퀴 돌겠다”고 공언한 뒤 그해 5월 KIA전에 만원 관중이 들어차자 ‘팬티쇼’ 약속을 지켰다.
“팬들이 한 명이라도 더 경기장을 찾을 수 있도록 경기력 외의 볼거리를 선사하는 것도 게을리 해선 안 된다”고 말하는 박 감독. 감독이 경기만 지휘하는 시대는 이미 저물었다. 감독과 팬들의 스킨십이 늘어날수록 경기장을 찾는 팬들이 늘어나는 건 당연한 이치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