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국가 스웨덴 ‘이민자 차별’ 몸살
입력 2013-05-29 18:33
높은 세금을 바탕으로 전 국민 무상교육과 의료보험 혜택을 받아 복지국가의 모델처럼 여겨지던 스웨덴이 최근 몸살을 앓고 있다. 3월 말까지 전체 실업률이 8.4%로 유럽연합(EU) 국가 중 양호한 경제 성적을 보이는 스웨덴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29일 파이낸셜타임스와 슈피겔 등에 따르면 지난 19일부터 스톡홀름 북쪽 이민가인 허스비에서 시작된 차량방화와 소요사태는 경찰의 진압과 시민단체의 노력으로 26일 이후 진정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 과정에서 150여대의 차량과 건물 수개동이 피해를 입었다.
이번 사건의 발단은 지난 13일 칼을 들고 경찰에 대항하던 포르투갈 이민자 출신 노인(69)이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숨지면서 비롯됐다. 무리한 경찰의 진압이라고 항의하던 일부 시민에게 경찰이 ‘동물’ ‘원숭이’ ‘깜둥이’ 등의 말을 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시위가 격화됐다.
특히 이민자 출신의 10대가 진압 경찰에게 돌을 던지거나 차량에 방화를 하면서 사태는 악화됐다. 경찰은 여론을 의식해 해당 경찰관이 적절하게 총기를 사용했는지 조사 중이다. 하지만 소요사태의 근본원인은 무리한 경찰 진압이 아니라 이민자에 대한 보이지 않는 차별과 이들에 대한 뿌리 깊은 멸시가 더 크다는 지적이 많다.
스웨덴은 950만명 인구 중 15% 정도가 이민자다. 주로 이라크와 소말리아,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등지 출신으로 허스비의 경우 아랍과 아프리카계 출신이 전체 주민의 71%를 차지한다. 문제는 허스비를 비롯한 이민자 밀집지역의 취업률과 학업성취도 등이 전국 평균보다 떨어지는 등 점차 슬럼화되고 있는 것. 이로 인해 원주민과 이민자 간에 증오와 차별이 싹트고 있다.
1976년 튀니지에서 허스비로 이주한 압둘라힘은 “부유한 스웨덴 공동체와 가난한 흑인지역 간에는 보이지 않는 증오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인 아른 루트는 “허스비는 다양한 인종이 결합된 코스모폴리탄처럼 보이지만 서로를 구분지어 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민자의 실업률은 16%로 평균 실업률보다 높다. 반면 이민자 유입에 따라 사회공공 서비스가 붕괴되고 있다는 불만도 원주민 사이에 높아지며 서로를 싫어하게 된다는 것이다.
FT는 스웨덴의 핵심가치인 평등과 상호이해를 바탕으로 좀 더 좋은 가정처럼 지내자는 ‘인민의 가정(Folkhemmet)’ 개념이 점차 무너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회인류학자인 니나 에드스트롬은 “높은 실업률에 좌절한 이민자 청년이 이번 사태를 주도했다는 점은 전혀 놀랍지 않다”고 말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