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 부품 사용한 원전 정비 6개월 걸리면 손실 2조 이상

입력 2013-05-29 18:16 수정 2013-05-29 22:13

시험성적서 조작으로 발생한 원자력발전소 가동 중단 손실이 2조원을 넘길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전력공사가 29일 시장분석 모의 프로그램으로 분석한 결과 100만㎾급 원전 1기가 정지하면 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 하루에 전력구입비 42억원이 늘어난다. 2기가 동시에 정지하면 87억원, 3기가 정지하면 135억원이 더 든다. 여러 설비가 동시에 정지할 때의 전력구입비 추가 지출이 단순 합산액보다 더 크다. 일종의 마이너스 시너지 효과로 수요·공급에 따라 형성되는 전력 계통한계가격(SMP)이 비선형적으로 상승하기 때문이다.

분석 결과 신고리 1·2호기와 신월성 1호기 등 100만㎾급 원전설비 3기가 8월 말까지 정지하면 7722억원의 전력구입비가 더 든다. 9월 말까지 정지하면 1조1772억원, 10월 말 1조5957억원, 11월 말 2조7억원의 추가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한국수력원자력은 100만㎾ 원전 1기가 하루 정지할 때 매출액이 10억원씩 줄어든다. 11월 말까지 원전 3기가 정지하면 4490억원이 감소한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추정대로 원전 정비에 6개월이 걸리면 한전과 한수원은 총 2조4497억원의 손해를 본다.

당장 한전과 그 자회사인 한수원을 압박하지만 전기요금 상승 요인이므로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력산업기반기금 2500억원도 조기 고갈이 예상된다.

해외 출장 중이던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오후 급히 귀국해 서울 삼성동 전력거래소 중앙전력관제센터에서 전력수급 상황과 관련기관의 대응 체계를 점검했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윤 장관과 원자력안전위원장 등을 집무실로 불러 “자체조사를 통해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히 책임을 묻고 관련자 사법처리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정치권에서도 원전 불량부품 사용과 관련한 책임자 처벌과 재발 방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문이 쏟아졌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관계 당국은 철저한 수사와 민·형사상 법적 조치를 철저히 해 원전 부품 비리의 싹을 제거해야 한다”며 “필요시 감사원도 동참해 부품을 전수조사해야 하는지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한수원은 신고리 1·2·3·4호기와 신월성 1·2호기의 제어케이블 시험성적서를 위조한 것으로 드러난 부품 시험기관인 A사와 케이블 제조업체 B사 대표 등 3명을 사문서 위조 등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A사는 원전이 지진에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 테스트하는 내진검증도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원자력안전위원회 측은 “내진검증뿐 아니라 A사가 관여했던 모든 부분에 대해 전면적인 재조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장희 김현길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