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바벨탑의 저주’ 中을 노린다
입력 2013-05-29 18:14
현대판 베벨탑, 즉 ‘마천루의 저주’가 중국을 비켜갈 것인가. 미국 경제 전문 온라인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가 28일(현재시간) 초고층 빌딩 건설 열풍이 불고 있는 중국 경제의 잠재적 위험을 지적했다.
마천루의 저주는 도이치방크의 분석가 앤드류 로런스가 100년간 사례를 분석해 내놓은 가설로 통화 정책 완화기에 초고층 빌딩 건설 프로젝트가 시작되지만 완공 시점에는 거품이 꺼지면서 경제 불황을 맞는다는 내용이다. 바클레이즈 은행은 초고층 빌딩 건설과 불황의 상관관계를 설명하는 ‘마천루 지수(Skyscraper Index)’를 1999년부터 내고 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후난성 창샤에 7개월 만에 세계 최고층 높이(838m)의 스카이시티빌딩을 짓겠다는 중국 브로드 그룹의 공표가 경제 위기 전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 경제 회복세가 지속될지 여부와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6억2800만 달러(약 7112억원)가 드는 이 주상복합 빌딩이 완공되면 현재 최고층 빌딩인 두바이의 부르즈칼리파(828m)를 제치게 된다. 중국에는 2014년 완공 예정인 상하이센터빌딩(632m) 등 300여개의 초고층 빌딩이 건설 중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 또한 중국의 신용 거품이 커져 부채 문제를 피하기 어려워졌다고 분석했다. 피치의 중국 금융기관 평가 책임자인 샬린 추는 지난해 중국 은행 등 금융기관이 제공한 대출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198% 수준으로 4년 전보다 70%포인트 이상 급등했다고 밝혔다.
마천루의 저주는 세계 대공황 때도 적용됐다. 1930∼1931년 미국 뉴욕 크라이슬러빌딩(319m)과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381m)이 세워질 무렵 대공황이 시작됐다. 1970년대 중반 뉴욕 세계무역센터(각 415m, 417m)와 시카고 시어스타워(442m)가 건설된 후에는 석유 파동(오일쇼크)이 전 세계를 강타했다. 1997년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타워(452m)가 세계 최고층 빌딩에 등극했지만 아시아 국가들은 외환 위기로 어려움을 겪었다.
부르즈칼리파도 예외는 아니다. 2010년 초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 됐지만 완공을 2개월 앞둔 2009년 11월 국영기업 두바이 월드가 채무상환유예를 선언하며 마천루의 저주를 피해가지 못했다.
박유리 기자 nopim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