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처럼 사회가 주인인 국가 지향을”

입력 2013-05-29 18:10 수정 2013-05-29 22:29


야당의 독일연구모임인 ‘혁신과 정의의 나라’가 29일 ‘경제민주화로 부흥한 독일’이란 주제로 첫 정례 포럼을 열었다. 야권 최대 규모로 민주당 통합진보당 등 87명 의원이 참여한 이 모임은 오는 7월 말까지 독일의 복지, 정당혁신, 지방자치혁신, 중소기업, 노동을 비롯한 다양한 내용으로 토론을 이어간다. 포럼을 주도한 민주당 원혜영 의원은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출범식에서 “독일은 헌법에 사회 국가로 규정돼 있고 경제도 사회적 시장경제로 규정돼 있다”며 “사회가 주인이 되는 국가와 시장, 이런 것이야말로 우리나라가 추구해야 할 목표”라며 모임 발족 배경을 밝혔다.

◇경제민주화의 씨앗이 독일서 뿌려져=기조 연설자로 나선 김종인 전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독일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시장경제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면서도 문제점을 해결하는 조화를 이뤄왔다”며 “이게 경제민주화의 기본 바탕”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2008년 금융위기를 겪고 나서도 독일이 정치·사회적 안정을 이어갈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김 전 위원장은 “그래서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독일을 배우자’고 했고,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우리를 배우면 크게 혼란이 없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발제자로 나선 김택환 경기대 교수는 노동자가 사측과 동등한 관계로 모든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게 독일 경제민주화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독일은 독재적 사회주의와 무차별 자본주의의 제3의 길로서 경제민주화를 제시해 자본주의 한계를 극복하고 비인간적인 요소를 제거해왔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를 바탕으로) 2차 세계대전 직후 사회적 시장경제라는 즉 성장과 기회균등이라는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했다. 김 교수는 “독일은 부동산 투기가 없고 개인이 주식투자도 하지 않는다. 대학 입시지옥도 없으며 등록금, 사교육, 학교폭력도 없다”며 “균등한 기회가 주어지고, 사회적 연금으로 보장되는 나라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독일 통일과정·정치도 배울 점 많아=김 전 위원장은 “서독에서 꽤 오래 살아봤지만 ‘통일’이란 얘기를 사람들에게 많이 들어본 적 없다”며 “그들은 꾸준히 여건을 향상시키는 쪽으로 노력하니 결과적으로 통일이라는 시대의 흐름이 다가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독일의 정치도 본받을 점으로 꼽으면서 “세계에서 국민 의사를 가장 골고루 대변하는 의회를 가진 나라가 독일이고, 민주주의가 완성된 국가도 독일”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맹목적 ‘독일 찬양’은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전 위원장은 “우리처럼 대재벌 기업집단이 경제의 대부분을 지배하는 경제구조를 가진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 모든 걸 연계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다음달 3일 열릴 2차 포럼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새로운 지역균형 발전’이라는 주제로 강연에 나선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