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 뒷談] 한·일 ‘기재부-재무성 축구’ 이야기
입력 2013-05-29 18:07 수정 2013-05-29 22:11
지난 4일 인도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한·일 재무장관회의는 전격적으로 취소됐었다. 일본 정부 각료들이 군국주의의 상징인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면서 과거사 문제가 발목을 잡은 것이다. 잇따른 역사왜곡 논란으로 두 나라의 외교는 ‘빙하기’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일본 재무성과의 축구 친선경기는 강행하기로 했다. 기재부 축구팀은 다음 달 7∼9일 제주도에서 재무성 축구팀과 맞붙는다. 2000년부터 시작된 두 부처의 축구 교류는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터졌던 2011년을 제외하고 매년 어김없이 열렸다. 친선 경기는 두 나라의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부처끼리 업무로만 만날 게 아니라 축구를 하면서 친목을 다지자는 의미에서 시작됐다. 2박3일 일정으로 1년에 한 차례씩 한국과 일본을 번갈아가며 진행된다. 정치적인 장관급 회담이 무산됐다고 매년 해 온 친선 축구 경기까지 중단할 필요는 없다는 판단에서다.
두 팀은 오전과 오후로 나눠 90분 경기를 두 차례 치른다. 현재 통산 성적은 한국팀이 12승 8패(무승부 제외)로 앞서 있다. 두 팀 선수 25∼30명이 경기에 참여하고 있다.
친선 경기지만 승부욕은 일반 경기에 뒤지지 않는다. 경기 전날에 있는 저녁 식사에서 상대팀의 에이스에게 집중적으로 술잔을 권하는 것은 두 팀이 모두 즐겨 쓰는 전략이다. 에이스를 잘못 파악해 낭패를 보는 경우도 있다. 기재부 축구팀 관계자는 “일본팀에서 새로 온 선수가 축구를 잘한다고 해서 술을 잔뜩 먹였는데 알고 보니 ‘술상무’였던 적도 있다”고 말했다.
첫 게임을 이긴 팀이 다음 게임에서는 2진을 기용하는 ‘예의축구’도 한다. 원정팀의 경우 바쁜 업무 때문에 핵심선수가 빠지는 일이 많은 점을 고려한 배려다.
기재부 관계자는 “최근 일본과 껄끄러운 관계가 계속되고 있어 축구 행사를 대놓고 홍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하지만 13년을 이어온 만큼 여러 가지 의미와 효과를 갖고 있는 뜻 깊은 행사”라고 말했다.
세종=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