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나루] 임시국회 준비도 바쁜데… 민주, 소통타임 워크숍 ‘Who am I’ 눈총

입력 2013-05-29 18:10 수정 2013-05-30 02:11

‘Who am I(나는 누구인가).’

31일 경기도 양평 근교에서 열리는 민주당 국회의원 워크숍의 한 프로그램명이다. 의원들이 3분씩 자기소개와 함께 동료의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하는 코너다. 29일 현재 전체 의원 127명 중 100명이 워크숍에 참석하기로 했다. 3분씩 계산하면 총 5시간에 걸쳐 ‘자기소개’를 하는 셈이다.

민주당은 당일 오후 4시40분부터 7시까지 40명(120분), 저녁식사 후 8시부터 11시까지 60명(180분) 등 세부시간도 잡아 놨다. 대선 패배 후 불거진 계파갈등을 수습하고 화합과 결속을 다지겠다는 취지다. 서로를 알아가는 ‘힐링타임(치유시간)’이라고도 했다. 전병헌 원내대표 아이디어로 동영상을 찍어 실시간으로 유튜브에도 올릴 계획이다.

하지만 당내에 비판의 목소리가 작지 않다. 6월 임시국회를 앞두고 입법 전략을 논의하는데도 시간이 모자랄 판에 이미 알 만할 것은 다 아는 같은 당 의원들이 한가하게 자기소개나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것이다. ‘Who am I’ 코너 전에 잡힌 국회 운영전략 및 주요 과제 설명에는 달랑 30분이 배정됐으며 상임위별 입법과제 발표와 특강도 40분~1시간씩 잡혀 있다. 이번 워크숍의 메인 프로그램은 누가 봐도 자기소개 시간이다. 한 초선 의원은 “안철수 신당 창당 움직임 등 엄중한 상황을 앞두고 당의 진로를 모색해야 할 시간에 자기소개하고 박수 칠 시간이 어디 있느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중진 의원도 “대선에 진 지가 언제인데 이제 와서 힐링타임을 갖는 것도 낯간지럽다”며 “정작 힐링을 받아야 할 사람은 국민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민주당은 논란이 확산되자 이날 오후 프로그램 수정안을 언론에 배포했다. ‘Who am I’ 코너명을 ‘의원 간의 소통과 결속’으로, ‘힐링타임’을 ‘하나되기’로 바꿨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