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강령 시행 10년인데… ‘甲질’ 여전
입력 2013-05-29 18:00 수정 2013-05-29 22:33
공직 부패를 막기 위해 공직자 행동강령이 시행된 지 이달로 정확히 10년이 됐다. 그러나 여전히 일부 공무원들은 ‘갑(甲)’의 지위를 내세우며 횡포를 부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권익위원회는 강령 제정 이후 위반 사례 130건 등을 담은 공직자 행동강령 사례집을 29일 발간했다.
공무원이 준수해야 할 구체적인 행동지침을 담은 공직자 행동강령은 2003년 5월 대통령령으로 처음 시행됐다. 이후 개정을 거듭하며 강령 내용은 더욱 강화돼 왔다.
사례집에 따르면 산하기관이나 피감기관, 부하 직원에게 금품과 향응을 요구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광역자치단체 총무과장 A씨는 직원 체육대회를 개최하면서 직원들에게 나눠줄 경품이 필요하자 자신의 근무처와 계약을 맺은 금융기관에 물품 협찬을 요구했다. 계약을 유지해야 하는 금융기관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상품을 협찬했고, A씨는 금융기관 3곳으로부터 디지털 텔레비전과 디지털 카메라, 전자레인지, 김치냉장고, 백화점 상품권 등 2100만원 상당의 물품을 받아냈다.
중앙행정기관 소속 기관장 B씨는 자신의 딸 결혼식을 알릴 목적으로 관내 업체 대표들과 간담회를 열고 청첩장을 돌렸다. 청사 현관 출입구 유리창에도 결혼식 안내문을 게시했다. B씨는 30여개 업체 관계자로부터 축의금 700여만원을 챙겼다.
업무를 빙자해 계약기관으로부터 해외여행 비용을 챙긴 사례도 많았다. 광역자치단체 간부급 공무원 C씨는 관내 녹지조성 공사 설계 용역을 발주하면서 해당 용역업체 대표에게 “공사설계 시 해외 선진 사례가 필요하다”며 해외여행을 요구했다. 이후 C씨는 부하직원 1명과 4박6일간 동남아 관광 여행을 가 유흥주점에서 성접대 등 향응을 제공받았다. 여행 비용은 용역 업체가 전액 부담했다.
사례집은 권익위 홈페이지(www.acrc.go.kr)의 ‘위원회 자료’ 메뉴에서도 볼 수 있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