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미한 연명치료 ‘완화의료 확대’ 공감대, ‘대리결정 방식’엔 이견

입력 2013-05-29 18:00 수정 2013-05-29 22:33

참석자들이 한목소리로 동의한 것은 ‘완화의료(호스피스)의 확대’, 엇갈린 것은 ‘대리결정의 방식’이었다. 29일 오후 3시 서울 연세로 연세대 의대 대강당에서 열린 ‘무의미한 연명의료 결정 제도화 관련 공청회’에는 의료 및 법조·종교계, 환자단체 관계자 200여명이 참석해 존엄한 죽음을 위해 우리 사회가 준비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놓고 논쟁을 벌였다.

앞서 지난 14일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특별위원회는 ‘회생 가능성이 없는 임종기에 접어든 환자’를 대상으로 ①당사자의 명시적 의사 표시가 있거나(연명의료계획서) ②의사추정(가족 2인 이상 및 의사 2인 확인) ③대리결정(가족 전원 합의 및 의사 2인의 확인)의 3가지 경우에 한해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항암제 같은 특수연명 치료를 중단할 수 있도록 한 잠정안을 확정했다.

의견이 엇갈린 지점은 환자의 의사를 확인할 수 없을 경우 가족 및 의사 간 합의를 대리결정으로 인정해줄 것인지 여부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환자 가족들은 이기적이다. 현실적으로 (연명치료 중단을) 결정할 때 돈 문제가 중요한 요소”라며 “우리 아버지가 생전에 이렇게 말했다고 가족끼리 쉽게 입을 맞출 수 있는 만큼 대리결정은 원칙적으로 반대”라고 말했다. 단,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산하에 제3의 중립적 기구인 연명의료결정위원회가 최종 점검하는 것을 전제로 허용 여부를 논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제3의 기구 설치에 대해 허대석 서울대 의대 교수는 “만성질환으로 연간 18만명, 하루에 500명이 사망하는데 누가 매일 그 서류를 검토하고 결정을 하나”라며 “세계 어느 나라도 그런 방식으로 연명치료 여부를 결정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종교계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정재우 가톨릭대 생명대학원 교수는 자칫 연명치료 중단 제도화가 광의의 안락사 허용으로 오해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최근 확산되는 사전의료의향서(AD)에 환자가 영양 및 수분 공급을 선택하도록 한 항목이 있어 많은 환자들이 영양 및 수분 공급을 중단 가능한 연명치료로 착각한다”며 “영양과 수분은 마지막 순간까지 제공돼야 하는 기본적인 돌봄 행위라는 점이 충분히 강조돼야 한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현재 연명치료 관련 논의가 ‘존엄한 죽음을 위한 환자의 선택권 보장’이라는 가장 중요한 측면을 간과하고 있다는 데 동의했다. 안기종 대표는 “임종기 환자가 호스피스 의료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 제공 기관이 43개밖에 없다”며 “선택지가 없는 상황에서 연명의료 중단만으로는 존엄한 죽음의 조건이 형성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별위원회는 6월 중 최종안을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에 보고할 예정이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