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게 붐… ‘빠름’대신 ‘바름’을 팝니다
입력 2013-05-29 17:53
빨리빨리 문화가 팽배한 한국에서 느림을 택한 ‘1인 가게’가 하나둘 늘고 있다. 레스토랑, 미용실, 카페 등을 혼자 운영하자면 자연히 느려질 수밖에 없는 서비스를 독특한 색깔과 정성으로 보완하는 업소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29일 저녁 서울 연희동의 ‘ㅋㅋ레스토랑’에선 5개 테이블에 손님들이 앉아 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주문받고 요리를 만들어 서빙까지 하는 사람은 주인 양진모(33)씨 한 명뿐이다. 20세부터 요리를 시작, 호텔과 대형 레스토랑 주방을 거쳐 2010년 10월 이 음식점을 차렸다. 기계적으로 음식을 ‘찍어내는’ 일에 염증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한다. 양씨는 “좋은 재료로 합리적 가격에 최고의 요리를 선보이고 싶어 가게를 열었다”고 말했다. 유일한 고충은 모든 일을 혼자 감당하는 것이지만 단골손님들이 ‘1인 가게’의 느린 템포에 적응한 터라 큰 문제는 없다고 했다.
서울 대현동 이화여대 앞의 미용실 ‘미누헤어’는 건물 3층에 있다. 미리 위치를 확인하고 가지 않으면 눈에 잘 띄지 않는 이곳은 예약제로만 운영되는 1인 미용실이다. 2011년 5월 문을 연 윤효성(33)씨는 “쫓기듯 머리하기보다 손님들과 소통하며 일하고 싶어 시작했다”고 말했다. 서울 명동의 대형 미용실에서 7년이나 일하면서 손님 머리를 제대로 손질하지도 못한 채 다른 손님의 머리를 만져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그는 “시간에 쫓기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 손님과의 신뢰가 더 중요해 예약이 들어오면 충분한 시간을 비워둔다”며 “한번 보고 말 거 아니잖아요”라고 했다.
서울 합정동 카페 ‘시간의 공기’는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오연주(30·여)씨가 차렸다. 대학 졸업 후 취업 대신 1년간 동남아와 인도를 여행한 뒤 3년간 다른 카페에서 경험을 쌓고 지난해 8월 이 가게를 열었다. 작은 공간에 손님이 들어오면 그 손님 분위기에 맞는 음악을 틀어주며 맞이한다. 혼자 운영하다 보니 다양한 음식을 제공하자는 못하지만 손님들과 취향을 공유하는 서비스로 단골을 확보했다.
이런 1인 가게의 점포 크기는 평균 33㎡(10평)에 불과하지만 고객 만족도는 웬만한 대형 업소보다 훨씬 높다고 주인들은 입을 모은다. 주인과 손님의 ‘소통’이 중요한 마케팅 요소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