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이재현 회장 직접 겨냥… CJ 비자금 수사 급물살

입력 2013-05-29 17:53 수정 2013-05-29 22:32

검찰은 CJ그룹 비자금 수사의 결정적 단서가 이재현 회장 자택에 보관 중이라는 구체적 첩보를 갖고 29일 압수수색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한 차례 압수수색영장을 기각했던 법원이 검찰의 2차 청구를 받아 준 것은 그만큼 수사에 진척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검찰은 이 회장이 해외 차명 재산을 동원해 일본 도쿄의 건물을 매입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확인 작업에 나섰다.

릐검찰, 혐의 충분히 소명한 듯=이 회장은 국내외 차명 재산을 관리·운용하며 거액의 세금을 탈루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외국인을 가장한 투자로 자사주 시세를 조종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 누나 이미경 부회장이 대표로 있는 부실 계열사(CJ아메리카의 자회사)를 인수해 회사에 60억원대 손실을 입힌 혐의(특경가법상 배임) 등을 받고 있다. 검찰은 압수수색영장에 CJ그룹의 수천억원대 비자금 조성과 거액 탈세 의혹의 중심에 이 회장이 있다고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6시간 동안 이 회장의 자택 1층부터 4층까지 샅샅이 훑고, 에쿠스 승용차 1대도 수색했다. 자택 내 이 회장의 어머니 손복남 CJ그룹 고문의 거처도 압수 대상에 포함됐다.

이 회장의 ‘신체’(휴대전화, 수첩 등 소지품)에 대해서도 영장이 발부됐지만, 이 회장이 집에 없어 집행하지 못했다. 신체 압수수색은 대상자가 수색 현장에 있을 때만 사실상 유효하다. CJ 측은 “이 회장이 잠시 모처에 머물고 있었다”고 했다.

통상 법원이 대기업 오너의 자택 압수수색영장 심사를 까다롭게 한다는 점에 비춰보면 검찰이 법원을 설득할 정도로 이 회장의 범죄 사실에 대한 소명 자료를 축적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옛 비자금 관리인 등 CJ 전·현직 직원 조사에서 비자금 관련 구체적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CJ그룹에 대한 본격 수사 착수 이후 8일이 지나서야 압수수색을 한 만큼 이 회장 측에 불리한 증거물을 모두 치웠을 가능성도 있다. 한 검찰 간부는 “이번 압수수색으로 수사의 국면전환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릐이 회장, 비자금으로 도쿄 건물 샀나=검찰은 일본의 부동산 관리회사 ‘팬 재팬’이 2007년 1월 신한은행 도쿄지점으로부터 240억원을 대출받고 변제하는 과정도 수상쩍게 보고 있다. CJ그룹 일본 지주회사인 CJ재팬이 계열사도 아닌 팬 재팬 측의 대출 과정에 법인 소유 건물을 담보로 제공했기 때문이다. 팬 재팬은 아카사카 지역 번화가에 자사 명의의 5층짜리 빌딩을 갖고 있다. 2003년 7월 자본금 3000만엔으로 설립됐는데, 자금 사정이 악화돼 2008년 10월 부채 18억4500만엔 상태에서 법원에 파산 신청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팬 재팬의 대주주는 CJ재팬의 전 법인장 B씨로 등재돼 있지만, 검찰은 실제 주인이 이 회장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팬 재팬 측이 대출받은 240억원을 실제 건물 매입 자금으로 사용했는지, 변제금은 어떤 방식으로 마련했는지 등도 조사 중이다. 팬 재팬은 현재까지 25억원 정도를 변제했다고 한다. 검찰은 팬 재팬이 건물 임대사업을 통해 얻은 수익금의 용처도 수사 대상이다. 검찰은 대출 당시의 신한은행 도쿄지점장을 최근 소환해 조사했지만 B씨는 검찰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

지호일 전웅빈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