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株 펀드 하반기 월척 낚는다
입력 2013-05-29 17:26
상반기에 별 재미를 보지 못한 펀드 투자자들이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들쭉날쭉하고 보잘 것 없는 수익률에 펀드시장을 떠나고 싶지만 그렇다고 뾰족한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 불투명한 국내외 경기회복 전망이 금융시장에 팽배한 가운데 은행권에서는 지독한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고 있다. 주식에 직접 투자하고 싶어도 선진국의 양적완화 축소 움직임 등 변수가 많아 걱정이 앞선다. 펀드 투자자들은 어쩔 수 없이 기대 수익률을 낮추고 위험 수준과 기대 수익률이 적당한 상품을 찾아 나서고 있다. 이런 답답한 분위기 속에서 전문가들은 하반기에는 대형주를 중심으로 한 국내 주식형 펀드가 약진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주식형 펀드 투자가 부담스러워 당분간 시장의 눈치를 보고 싶은 이들에게는 혼합형 펀드를 ‘파킹 투자처’(잠시 돈을 맡길 수 있는 투자처)로 삼아 보라고 조언한다.
◇하반기, 대형주 펀드가 나설 때=우리투자증권은 최근 ‘이제 대형주 펀드에 관심을 가져볼 때’라는 제목의 펀드투자 보고서를 냈다. 상반기에 상대적으로 잘 나가던 중소형주 펀드들은 한계에 직면한 반면 대형주 펀드에서는 다양한 호재가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우리투자증권은 “코스닥 시장이 지나치게 빠른 상승세를 보였고, 실적 전망치가 줄줄이 하향 조정되고 있다”며 중소형주 펀드 시장의 전망을 불안하게 판단했다. 실제로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73개 코스닥 기업 중 3월 말 기준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연초보다 하향 조정된 기업은 52곳에 이른다.
이에 비해 대형주 펀드는 코스피지수의 상승 반전 가능성과 함께 하반기 전망이 밝다. 우리투자증권은 금리인하와 추가경정예산 지원 등 경기활성화 정책 효과가 서서히 드러날 것으로 예상했다. 금리인하와 추경이 동시에 단행된 2001년, 2003년, 2009년에는 코스피지수의 수익률이 각각 37.5%, 29.2%, 49.7%로 높은 편이었다.
코스피지수가 펀더멘털보다 하락한 상황이기 때문에 대형주 펀드는 지금 투자를 시작하면 가격 측면에서도 장점이 있다. 코스피지수는 전 세계 증시와 수익률 격차를 점점 좁힐 것으로 예상되기도 한다. 코스피지수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세계지수와 연초 이후 수익률 격차가 11% 포인트 정도 벌어져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엔화 약세 지속, 실적 불확실성 등 부담감이 해소되면서 하반기에는 코스피가 이 격차를 줄이는 방향으로 뛰어오를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미 코스피 투자비중이 높은 대형주펀드의 성과는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29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FnSpectrum)에 따르면 지난 27일 기준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 펀드 785개의 최근 1개월 수익률은 1.21%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3개월간 -0.75%의 흐름을 보이던 데서 상승 반전한 것이다. 채권형 펀드의 성과가 최근 3개월 0.70%에서 최근 1개월 -0.05%로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공격투자 부담스러우면 혼합형에 ‘파킹 투자’=대형주 펀드의 전망이 아무리 좋더라도 안정적 성향의 투자자는 선뜻 결정하기 어렵다. 이럴 경우 전문가들은 주식과 채권을 섞어 한 바구니에 담는 혼합형 펀드 상품을 참고하라고 권한다. 혼합형 펀드는 주식 투자 비중이 40∼60% 이하로 꾸려져 직접 투자의 위험을 줄이면서 예금 금리보다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주식형 펀드에 투자하자니 원금 까먹을 걱정이 앞서고, 채권형 펀드는 유행이 지났다고 생각하는 투자자는 고수익의 기회를 다소 양보하는 대신 변동성을 낮춘 중위험·중수익 상품을 살피라는 의미다. 주식의 방향성에 대한 확신이 없을 때 자금을 넣어 두고 ‘기다리는 투자’를 할 때에도 혼합형 펀드가 안성맞춤이다.
혼합형 펀드의 성적은 ‘베스트셀러’라기보다는 ‘스테디셀러’에 가깝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7일 기준 국내 혼합형 펀드의 성과는 연초 이후 0.88%, 최근 6개월 2.41%, 3개월 0.44% 등으로 집계된다. 연기금을 중심으로 한 기관 투자자가 주목하면서 자금 유입도 꾸준한 편이다. 지난 27일 기준 연초 이후 국내 혼합형 펀드의 설정액은 1조3094억원 증가했다. 이는 국내 주식형(7810억원)이나 채권형(6010억원)의 설정액 증가량보다 높은 수치다.
함정운 한국투자신탁운용 리테일영업본부 상무는 “중위험·중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가 많지만 최근 신상품의 대부분은 해외채권”이라며 “해외투자가 익숙하지 않은 투자자라면 국내 혼합형 펀드를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함 상무는 “국내 자산운용사가 운용하는 상품은 투자기업에 대한 충분한 리서치를 통해 빠르고 정확한 대응이 가능하다”며 “명확한 방향성을 갖지 않은 박스권 장세에서 좋은 대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