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신영철] 복지 격차 줄이는 서비스 늘려야
입력 2013-05-29 17:49
직장을 선택하는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구직자들은 연봉이 높은 직장을 선호한다. 그리고 안정성이나 조직 문화, 장래 비전 등을 꼽는다. 이러한 기준 중에 항상 중요하게 평가 받는 것이 기업의 복지 수준이다. 기업 복지는 법으로 정해진 사회보험이나 퇴직금 외에 직원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각종 복리후생 제도를 말한다. 단체 보험이나 성과 배분, 학자금, 주택자금, 출퇴근 편의 제공 등 그 종류도 매우 다양하다.
기업 복지의 수준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근로자에게 사실상 임금과 같은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근로자의 만족감이 커지고 이는 직원의 근로 의욕과도 연결된다. 또 새로운 직원을 뽑을 때 우수한 인력 확보에도 유리하다.
하지만 기업마다 복지 수준은 큰 차이가 난다. 모든 기업이 충분한 비용을 지불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복지 격차는 임금 차이보다 훨씬 크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기업체 노동비용 조사’에 따르면 300인 미만 기업의 법정 외 복리 비용은 300인 이상 대기업의 59% 수준이다. 사업장 규모가 작을수록 복리 비용도 낮아진다. 또 기업 내에서도 수혜 대상을 정규직으로 한정하는 경우가 많다.
프로그램에서도 차이가 있다. 300인 미만 기업은 비용의 대부분이 식비에 집중되어 있다. 반면 대기업은 식비 외에도 학비 보조금, 의료비, 주거비용 지원 등으로 내용이 풍부하다.
기업이 지불하는 비용이 사실상 임금과 같은 효과를 내면서 복지 수준을 높여주는 것이라면 임금이 낮은 중소기업 근로자나 비정규직 근로자에게 더욱 필요하다. 하지만 기업의 형편에 따라 지불되는 것이기에 대기업의 지출 비용이 더 높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배경에서 2001년에 ‘근로복지기본법’이 제정되었다. 근로자 복지에 필요한 내용을 정하고 특히 중소기업, 비정규직 근로자를 우대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근로복지공단이 중소 사업장이나 저임금 근로자를 위한 복지사업을 하는 것도 이 법의 규정에 따른 것이다.
공단은 근로자 복지제도를 도입하고자 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제도 설계를 위한 무료 컨설팅을 한다. 저임금 근로자에게는 신용보증 지원으로 긴급한 생활자금을 빌려 준다. 또 근로자가 저렴한 비용으로 휴양지의 콘도를 이용할 수 있다. 직장 여성을 위한 임대 아파트도 있고 전국 24개 지역에 있는 어린이집은 육아 부담을 덜어 준다. 이러한 사업들은 중소기업 근로자의 생활 안정에 도움을 주고 여가를 잘 활용하는데 기여해 왔다.
하지만 기업 복지에 대한 수요가 변화하면서 보다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프로그램을 좀 더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높아지는 만큼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또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격차 해소를 위한 복지적 대응이 더욱 절실하다. 서비스 전달 체계도 민간기관과 연계하는 방안을 고려하면 접근성이나 이용의 편의를 높일 수 있다. 이러한 사업들을 위한 충분한 재정도 필수적이다.
공공기관의 근로자복지 서비스는 저임금 근로자의 복지 수준을 높이고 복지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비록 충분하지는 않더라도 우리 사회의 공적인 서비스가 풍성해지면 근로자의 삶의 질과 직장에서의 만족감이 높아진다. 또 대기업과 중소기업 근로자 간의 격차를 줄이면서 중소기업의 경쟁력에도 보탬이 된다.
신영철 근로복지공단 이사장